14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간담회에 김우룡 이사장이 불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한 달이 넘도록 공석인 보도·TV제작·편성본부장 선임을 위한 임시이사회(11일)가 무산되면서 그에 따른 방문진의 향후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김 이사장의 불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방문진 안팎에서는 경영진 선임이 뜻대로 되지 않은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일각에서는 공석인 일부 본부장 인선이 다음달 정기주주총회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지만 김 이사장은 “월내 땜질 인사를 할지, 주총을 예정보다 앞당겨서 할지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영진 선임을 둘러싸고 김 이사장과 엄기영 사장 간 의견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진 대변인 격인 차기환 이사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2~3주 간격으로 임시주총과 정기주총을 여는 것이 모양새가 이상할 수도 있다”며 “정기주총을 앞당겨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공백 장기화로 여러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 선임을 다음달 정기주총으로 넘기는 것은 그만큼 경영진 인선이 꼬여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10일 부사장 등 경영진 4명의 사표를 수리한 뒤 후임 경영진 선임을 위한 임시이사회가 두 차례 무산됐고, 지난 11일 이사회도 취소됐다. 김 이사장이 과도하게 관여하면서 경영진 인선이 틀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9일 최종 합의에 도달한 인선안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도 김 이사장이었다.
친여 성향이 다수로 구성된 8기 방문진은 출범 당시부터 엄기영 사장과 여러 차례 대립했고, 사장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 여당 일부 이사들은 임원 합의조건으로 별개 사안인 ‘PD수첩’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등을 엄 사장에게 요구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MBC 해설위원을 지낸 정상모 방문진 이사는 “김 이사장이 주요 본부장 자리에 자기사람을 심어 MBC를 원격조정하려 하고 있다”며 “비리 등 객관적 흠결이 없는 후보라면 사장의 인사권을 존중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방문진은 20일 이사회를 개최한다. 엄기영 사장은 이날 2010년도 10대 기획, 미디어렙과 상암동 신사옥 이전 등 올해의 기본업무운영 계획을 보고한다. 경영진 선임 문제는 이사회 공식 안건에 올라 있지 않지만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빨리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방문진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 이사장과 엄 사장 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 차기환 이사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경영진이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가 상당하다”며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방문진이 지난해 12월10일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등 경영진 4명의 사표를 수리한 뒤 한 달이 넘도록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MBC 경영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BC 노조는 최근 성명에서 “전체 조직은 장기간 부유상태이고, 창사 50주년을 위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다”며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미디어렙, 종합편성채널, 디지털전환 등에 대응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