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김우룡 이사장 월권에 MBC 경영공백 장기화

보도본부장 후보 사퇴 종용…MBC 노조 "임원진이 물건인가"

김성후 기자  2010.01.13 14:44:26

기사프린트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달 10일 부사장 등 경영진 4명을 해임한 뒤 한 달이 넘도록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경영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엄기영 MBC 사장의 인사권을 무력화시키면서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선 김우룡 이사장의 월권 행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로 예정된 방문진 임시이사회가 하루 전인 10일 밤 전격 취소됐다. 김 이사장이 이날 보도본부장으로 추천된 K씨에게 “당신으로 인해 임원진 패키지안이 깨질 수 있다”는 취지로 전화를 걸어 사퇴를 종용한 뒤 엄 사장에게 H씨를 제시하고 나서면서다. 이미 김 이사장은 9일 엄 사장과 만나 보도·TV제작·편성본부장 인선안에 최종 합의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엄 사장은 3명의 후보를 모처에서 만나 후임 국장을 논의했고, 방문진도 11일을 임시 이사회 및 주주총회 일정으로 잡고 MBC에 통보했다. 하지만 김 이사장과 보도본부장 후보 간 통화 이후 모든 상황이 틀어졌다. 김 이사장이 입장을 바꾸면서 임원진 선임이 또다시 무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K씨가 혼란한 시기에 보도본부장을 맡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고사를 표명해 (엄 사장과) 다시 조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의 월권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열렸던 두 차례 임시이사회도 사실상 김 이사장이 엄 사장의 인사안을 거부하면서 무산된 측면이 컸다. 지난달 21일 이사회에서 김 이사장은 엄 사장이 후보로 포함시키지도 않은 Y씨를 제작본부장 후보로 올리기도 했다. 한 여당 이사는 “이사장의 인사안이 자꾸 나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며 김 이사장의 행보를 견제했다.

경영진 공백이 길어지면서 MBC 주요 사업들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MBC 구성원들은 입을 모았다. MBC 한 기자는 “당장 동계올림픽, 남아공 월드컵 등을 준비해야 하는데 경영진 공석으로 일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MBC 한 관계자는 “방문진 때문에 회사만 골병들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으로 MBC 경영진 선임이 정치적 흥정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문진 여당 이사들은 엄 사장 인사안을 수용하는 전제조건으로 PD수첩에 비판적인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PD수첩 진상조사 규명위원회’ 구성, 단협 조항 개정 시한 등을 제안했다. 이사들은 엄 사장이 두 가지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경우 인사안을 가결시키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엄 사장이 이들의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며 “MBC 임원진이 무슨 물건도 아니고, 이사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통과시키겠다는 발상에 어안이 벙벙하다”고 말했다. 방문진은 15일쯤 간담회를 열어 경영진 선임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