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연초 현재 한달 2천5백원인 KBS 수신료를 5천~6천원 선으로 인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KBS 수신료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KBS는 4월 국회 승인을 목표로 내부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BS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전에 수신료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4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가 수신료 국면을 이끌고 KBS가 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수신료 납부 거부 조짐이 나오는 등 역풍도 만만치 않다. 특히 수신료 인상이 공영방송의 안정적 재원 마련이라는 애초 목표와 달리 종합편성 채널 사업자에게 KBS 2TV 광고를 몰아주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들의 주머니를 열어 종편 사업자들의 수지타산을 맞추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KBS는 2TV 광고를 20%로 제한하고 수신료를 5천원 미만으로 올리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수신료 프로젝트팀 시뮬레이션 결과 광고를 20%로 맞출 경우 수신료 인상안은 4천8백20원 수준. KBS는 오는 27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KBS 이사회에 수신료와 관련한 상세한 방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방송법에 따르면 수신료는 KBS 이사회 심의·의결, 방통위 의결을 거쳐 국회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윤준호 KBS 수신료프로젝트팀장은 “재원구조가 탄탄하지 못하면 공영방송의 기능을 못한다”며 “KBS의 공영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광고 비중을 낮추고 수신료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를 공영방송의 재원 공영화 원년으로 선포한 KBS는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난시청 해소 △경제적 약자의 시청권 확보를 한 ‘K-VIEW 플랜’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수신료 인상 국면은 KBS 2TV 광고와 연동되면서 정략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영성 강화라는 측면보다 2TV 광고 물량을 종편채널에 몰아주기 위해 수신료 인상이 기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최시중 위원장은 “수신료 인상으로 7천억~8천억원 규모의 광고가 미디어시장에 이전되는 효과를 내 미디어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수신료가 종편채널의 생존과 관련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KBS에 따르면 광고료 수입은 한때 7천억원 선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5천억원을 조금 웃도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부터 가상광고와 간접광고 등 새로운 광고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2TV 광고 물량은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KBS 이사인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국민의 의지와 무관하게 조·중·동 등 종편에 광고를 몰아주려는 정략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방선거의 후유증 등을 감안해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수신료 인상 논의는 KBS 수신료 납부 거부나 인상 반대로 불똥이 튀고 있다. 동아·조선·중앙일보의 광고주 불매운동을 일으킨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은 지난 8일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도 자신의 블로그 ‘원순닷컴’을 통해 시청료 거부운동을 제안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에서 ‘국영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지금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시점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