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뉴스의 한계를 극복하며 방송 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KBS 탐사보도팀이 사실상 해체됐다.
KBS는 기존 ‘시사기획 쌈’ 제작 파트와 탐사 파트, 수시·장기 파트로 운영되던 탐사보도팀을 A·B 두 개의 반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A·B반에 각각 9명씩의 기자를 배치해 1TV 시사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쌈’의 새 이름인 ‘시사기획 KBS 10’ 제작을 맡기기로 했다.
오는 12일부터 방영되는 ‘시사기획 KBS 10’은 ‘시사기획 쌈’의 형식과 내용을 유지해 정치·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점과 모순을 비판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아픔을 반영하는 정통 시사다큐멘터리를 지향한다고 KBS 측은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쌈' 후신인 ‘시사기획 KBS 10’ 제작에 탐사보도팀 인원을 모두 투입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시사기획물 제작과 별개로 가동됐던 탐사 파트 기자 4명도 ‘KBS 10’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그동안 제작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숨겨진 진실을 확인하기 위한 취재를 진행해왔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정부용역보고서 짜깁기 제출을 확인하고,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논문 이중게제 의혹 등을 파헤쳤다.
이달의 기자상 등 대내외 수상경력만 47건을 자랑하며 KBS 뉴스의 주축으로 떠올랐던 탐사보도팀은 독자 팀에서 팀 내 파트로 바뀌면서 인력이 줄어들더니 이번에 탐사 파트가 폐지되면서 실질적으로 해체됐다. 탐사보도팀이란 명칭만 남았지 사실상 탐사보도 본연의 기능은 사라진 셈이다.
KBS 탐사보도팀 한 기자는 “탐사보도는 속성상 취재만 몇 달 하다가도 중간에 접은 경우도 적지 않다”며 “3개월 마다 프로그램을 납품해야 하는 제작시스템에서 장기 기획과 자료 수집 등이 필수적인 탐사보도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 대한 검증 보도를 할 때 권력 핵심부에서 이를 매우 불편하게 여긴다는 얘기가 들려왔었다”며 “정권의 불편한 심기 표출에 KBS가 비위를 맞춘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화섭 보도제작국장은 “(이번 개편으로) 기자들에게 최소 3개월 이상의 제작기간을 보장할 수 있게 돼 ‘KBS 10’의 품질이 높아질 수 있게 됐다”며 “기존 탐사보도성 기획물은 아이템으로 채택될 경우 6개월 이상의 취재를 보장하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탐사보도팀(탐사파트) 전현직 기자 일동은 지난달 24일 성명을 통해 “탐사보도는 수많은 후배기자들이 공영방송 기자로서의 꿈과 능력을 펼칠 공간”이라며 “‘권력과 차별에 맞서는 진실’이라는 탐사보도의 칼날이 두려워 서둘러 없애고야 말겠다는 오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