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용맹과 기개를 상징한다. 기자로서도 필수 덕목 가운데 하나다. 호랑이띠 기자들은 경인년을 맞아 어떤 포부를 갖고 있을까. 연도별로 한명씩의 호랑이띠 기자에게 새해의 출발선에서 소회를 들어봤다.5·18 30주년, 광주정신 의미찾기 노력하겠다
이경수 광주매일신문 사회부장(1962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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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수 광주매일신문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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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無等) 위로 경인년의 새 태양이 힘차게 솟구쳤다. 오늘 떠오른 저 태양도 어제와 똑같지만 받아들이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새해 첫해기 때문이리라.
새해가 되면 누구나 그러하듯이 마음을 가다듬고 올 한해를 계획하고 소망하는 시간을 가진다. 간절히 기원 하면서 또한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잠시 눈을 감고 올 한해를 그려본다. 무엇보다 먼저 기자로서 광주 5·18에 대해 고민하련다. 올해로 광주민중항쟁이 30주년을 맞았다. 80년 5월의 광주가 강산이 3번 변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피 끓는 80년대를 거쳐 기자로 활동한 지난 20년 동안 5월은 언제나 시퍼런 멍이었다. 질곡의 80년대를 거쳐 90년대 초반은 진실찾기가 업보였고, 이후엔 정신계승이 과제였다. 광주시민은 물론이고 언론의 노력이 보태져 광주의 진실이 제법 밝혀지고, 5월항쟁의 의미가 가치있게 평가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는 민주·인권·평화로 상징되는 광주정신과 더불어 공동체가 됐던 대동세상의 참모습을 재현하는 데 고민과 함께 땀방울을 쏟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올해는 섬진강에 천착하련다. 내 유년의 기억 속에 새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끄집어내 지금의 섬진강과 대비해 보겠다. 짬나는 대로 강가를 거닐며 추억여행과 함께 더는 망가지지 않고 지금의 모습이라도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숙고하겠다.
마지막으로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하나. 올 한해 피해갈 수 없는 일이 있다. 아들의 대학입시. 사회를 위해 큰 일(?)을 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을 위한 생활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할 말 없음’으로 일관했지만, 그래도 올해는 아들을 위한 모드에 동참하는 척이라도 해야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정보(그게 얼마나 정확하고 가치 있을지는…)라도 있으면 알려주는 그런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약속한다.
백호처럼 아름다운 딸과 다양성 있는 사회를 기대하며
강민수 KBS 기자(1974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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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민수 KBS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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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이 밝았다. 새해에는 백호처럼 고귀하고 아름다운 딸을 봤으면 좋겠다. 딸은 아빠를 닮는다던데, 띠가 같다면 성격까지 빼닮지 않을까. 만 한 살배기 아들이 심심해할 때면, 또얼굴도 잘 못 보여주는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는 아내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존재 같다. 첫 아이 때는 태교도 못해주고 술 냄새만 풍겼는데, 둘째한테는 정말 잘해줄 생각이다. 기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결코 고난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겠다.
지난 한해 법조기자로서 정말 후회 없이 일했다. 박연차 게이트를 비롯한 대형 사건들을 취재하면서 앞만 보고 달렸다. 눈 덮인 겨울산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는 호랑이처럼…. 새해를 맞으며 현미경 같던 내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피의사실 공표라는 굴레 속에 느꼈던 일말의 죄의식, 출입처를 비판하면서 느껴야 했던 인간적 고뇌, 모두 숨기려고 하는 팩트를 밝혀낸 뒤 느껴야 하는 허탈함까지…. 기자라는 직업은 참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한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기자 생활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도 다양성이 존중되고 소통이 꽃피는 한해가 되길 기원한다. 우리 사회의 갈등은 사회가 역동적으로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갈등을 원동력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언론의 소임이 있다. 과격한 의사표현이나 소통을 무시한 일방적 주장, 상대에 대한 무시와 반감은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을 조작해 선동하는 기사를 쓰지 않았는가? 속보 경쟁 속에 사실 취재를 소홀하지 않았는가? 내 생각과 판단을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않았는가? 나와 언론이 이런 문제제기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기자 동료들께도 한 말씀 드리고 싶다. 때론 경쟁하고, 때론 함께 고민하는 ‘우리끼리’ 사랑이 충만한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 내 모든 사랑을 드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비전 제시할 수 있는‘진짜 기자’에 다가서는 한 해로
유재연 CBS 기자(1986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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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재연 CBS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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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용산참사, 강호순 사건, 전직 대통령 서거 등. 2008년 11월 입사한 나로서는 값진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취재 스킬을 키울 수 있었고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이때의 경험은 기자 생활 3년차를 맞는 올해, 특히 내가 태어난 범띠해인 경인년에,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추모객들을 단순한 취재원으로 대했다면 올해는 그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려 안방에도 전달하는 기자로 거듭나고 싶다.
신참 기자로서 새해에 배우고 싶은 게 많다. 사진 구도와 동영상 촬영 기법 등 카메라 작동법이 그 중 하나다. CBS 기자를 하다 보니 수첩·카메라·노트북·녹음기는 기본으로 들고 다닌다. 자연스레 멀티플레이어로 키워지고 있는 느낌이다. 1인 미디어시대인 만큼 스스로 생산한 콘텐츠를 잘 관리해 다양한 플랫폼에 사용하고 싶다. 블로그와 트위터를 비롯해 책에도 자체 생산한 콘텐츠를 담고픈 바람이다. 방송사라는 이점도 적극 이용하고자 한다. 정치·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뒤 ‘촌철살인’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꿈이다.
다양한 계층을 만날 수 있다는 건 기자의 가장 큰 매력이나, 취재원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를 단순 전달만 하지 않고 여기에 철학을 담아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진짜 기자’라고 여긴다. 그런 기자의 모습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아직은 선배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지만 일부 베껴 쓰기·쏠림 보도 현상은 지양됐으면 좋겠다. 미담을 발굴해내는 노력도 더 기울였으면 한다. 기자들의 노력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 언론, 나아가 한국사회의 선진화를 위해서 취재원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자협회도 제 목소리를 크게 내줬으면 한다. 해외연수 등 복지 개선도 새 집행부가 강조했는데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연수보다는 주말을 이용한 배움터를 재교육의 장으로 자주 열어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