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에 연루된 징계를 받은 이길영 전 KBS 보도본부장이 KBS 감사로 임명된 이후 KBS 감사실 직원들이 대거 물갈이 되면서 ‘보복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헌 전 감사실장은 28일 코비스(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려 ‘숙청’이라고 표현했다.
KBS는 이 감사가 임명된 직후인 지난 18일과 19일 감사실장과 감사역 전원을 교체한 데 이어 24일 감사실 평직원 8명을 인사발령했다. 평직원 20명 가운데 8명이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감사실 평직원들이 이길영 감사에 대한 자격을 거론하며 사퇴를 촉구한 성명을 낸 데 대한 ‘보복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김영헌 전 감사실장은 사내게시판에 '전 감사실장의 소회'라는 글을 올려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글에서 “감사역과 감사인들이 무슨 죄를 졌다고 숙청하듯이 인사를 하느냐”며 “무지하면 이렇게까지 용감할 수 있는가. 규정을 무시한 인사를 하고서도 직원들에게 사규를 지키라고 얘기할 수 있는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철주야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이런 것일 수밖에 없는가. 이건 분명히 개혁은 아니다. 탕평인사는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신임 감사 취임에 감사실 평직원들이 낸 성명서에 대한 응징인가, 최근 안전관리팀 모 직원 비리에 대한 특감을 너무나 철저히 한 댓가인가. 2007년 공금횡령으로 해임된 모 기자 비리에 대한 특감때문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클린 KBS를 위해 성역없이 했던 감사결과를 되돌리려는 시도”라며 “KBS가 어디로 가는지 우려스럽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KBS 한 직원은 댓글에서 “큰 일이건 사소한 일이건 원칙을 고수하는 실장님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며 “여러 가지로 편치 않겠지만 실장님의 생각을 따르는 후배들이 적지 않음을 위안으로 삼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 인사운영팀 관계자는 “감사가 새로 바뀌면 감사실장과 감사역이 바뀌는 것이 그동안 관례였다”며 “새로운 감사진용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일부 직원을 발령냈고, 인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희망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앞서 KBS 감사실 평직원 20명은 지난 16일 이길영 신임 감사가 2007년 7월 대구·경북산업진흥원장 재직 시 친구 아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채용했다가 적발돼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것과 관련해 “채용 비리는 감사 지적사항 중 그 죄질이 저급하고 중한 사건으로 (이에 연루된) 이 감사는 감사 책임자로서 자격이 결여됐다”며 이 감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다음은 김영헌 전 감사실장이 KBS 코비스에 올린 글 전문
前 감사실장의 所懷
무슨 이런 인사가 있을 수 있는가?
감사실 인사에 初有의 일이다.
감사역과 감사인들이
무슨 큰 罪를 졌다고 숙청하듯이...
無知하면 이렇게까지 용감할 수 있는 것일까?
규정을 무시한 인사를 하고서도
모든 직원들에게 사규를 지키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불철주야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보상이 이런 것일 수 밖에 없는가?
이건 분명 개혁은 아니다.
탕평인사는 더더욱 아니다.
곰곰이 돌아보자.
이번 감사실 인사가
신임감사 취임에 감사실 평직원들이 감평회 이름으로 성명서를 낸
응징인가?
최근 안전관리팀 某직원 비리에 대한 특감을 너무나 철저히 한
댓가인가?
2007년 공금횡령으로 해임된 某기자 비리에 대한 특감 때문인가?
아니면
Clean KBS를 위해 성역없이 흔들림없이 했던 감사결과를 되돌리려는
시도인가?
알만한 일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BS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심히 걱정스럽다.
“감사실은 감사결과에 대해 정치적 판단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P.S 1:감사직무규정 제9조(감사부서 직원의 보직 및 전보)
②감사부서의 직원은 법령위반 또는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아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신분상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
감사직무규정 제32조(감사인의 대우)
③감사부서의 직원으로 2년이상 근무한 자가 전보될 경우 사장은 본인의 희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감사직무규정 제34조(타규정과의 관계)
이 규정 시행에 있어 다른 규정,지침 및 지시중 이 규정과 상호 저촉되는 사항에
대하여는 이 규정을 적용한다.
P.S 2:연합뉴스 기사
교수신문은 전국 각 대학 교수,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 한해 한국 사회의 모습을 비유한 사자성어로 `旁岐曲逕'을
선정했다. ‘旁岐曲逕’(곁 방, 갈림길 기, 굽을 곡, 지름길 경)이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이다. 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 는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는 왕도정치의 이상을 다룬 저서 ‘동호문답(東湖問答)’ 에서 “제왕이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외척과 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하여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 ‘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지적 했다. 율곡은 또 송강 정철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론(公論)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방기곡경’ 을 찾아 억지로 들어가려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도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