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송년회를 폭탄주로 보내십니까?”
가장 보수적인 음주문화를 가졌다는 언론사의 송년회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중앙선데이는 오는 30일 서울 대학로의 한 공연장에서 연극을 단체 관람하는 송년회를 기획했다. 근방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연극 관람을 마친 뒤 귀가하는 일정이다. 해외연수자와 휴가자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편집국원 38명 중 30명이 참가하기로 해 호응도 크다.
지난가을 워크숍을 강원도 봉평 메밀꽃 축제 참가로 대신했던 중앙선데이는 당시 편집국원들의 반응이 좋아 송년회도 ‘문화적으로’ 치르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중앙선데이의 한 기자는 “술로 보내는 송년회보다는 문화공연을 함께 즐기면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라며 “이러한 제안에 기자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경제과학담당(부)도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저녁을 같이하고 영화 한 편을 함께 보기로 했다. 부원들에게 송년회를 어떻게 할지 의견수렴과 거수투표를 거친 결과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 “그냥 한식집에서 술이나 마시지…”라는 아쉬운 소리도 나왔으나 젊은 기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뒷이야기다.
중앙 일간지 한 기자는 “기자들 대부분이 연말에 특히 바쁘고 술자리에 부담을 느낀다”며 “자체 송년회만은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이같은 변화에 중견급 이상의 기자들은 ‘격세지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송년회는 그야말로 ‘술 폭격 작전’이었기 때문.
또 다른 중앙 일간지의 한 기자는 “10여 년 전 공채 합격하고 정식 출근도 하기 전 송년회에 불려 나와서 피처 잔에 담은 폭탄주를 마셨던 기억이 난다”며 “요즘 후배들은 그렇게 하라고 해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의미있는 송년회를 갖는 곳도 있다. 한국일보 사진부는 퇴사한 OB 선배들을 초청해 송년회를 해오고 있다. 많게는 퇴사 20년이 지난 선배 기자들까지 찾는다. 선후배 사이 유대가 깊은 한국일보 특유의 문화이기도 하다. 신세대 기자들도 거리낌 없이 선배들과 어울려 깊은 정을 나눈다.
한국의 한 기자는 “술을 과하게 마시기보다는 항상 선후배 사이 못다 한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