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11일 ‘1공영 다민영’ 틀의 미디어렙 개편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경쟁유형 △민영렙 소유제한 등 첨예한 쟁점은 명확히 하지 않았지만, 이 안 대로라면 어떤 식이 되든 종편과 지상파 중심의 무한경쟁 체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마이너신문과 지역신문·방송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신규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자율 광고영업을 허용해 특혜논란마저 일고 있다.
방통위, 민영렙 수 명시 안해 방통위 안은 경쟁유형에서 1공영을 명시했지만, 민영렙은 허가제로 해 숫자를 명시하지 않았다. 당장 1공영 다민영도 가능하다. 그러나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법은 다민영 틀로 하고, 운용은 1민영으로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종편과 지상파, 특히 MBC의 신경전이 치열하다는 관측이다. 먼저 종합편성 진출 신문들이 견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정부안이 발표되자 15일 사설 ‘미디어렙, 경쟁원리 못지않게 공익성도 감안해야’에서 “미디어렙 도입은 장기적으론 완전경쟁 체제를 지향하되, 지상파 독과점이 해소될 때까지는 제한 경쟁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1개의 민영렙만 일단 허가하라는 얘기다. 진성호·이경재·나경원 의원 등 한나라당 내에서도 한시적인 제한경쟁(1공1민 후 확대 등)을 주장, 한선교안(1공다민)과 선을 그은 것도 방통위에 부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후 1민영만 허가될 경우 MBC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도 정부의 고민거리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1공1민 안을 낼 것으로 전망됐던 전병헌 의원도 14일 사실상 1사1렙안을 내 MBC를 지원사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어찌됐든 미디어렙 개편논의가 MBC와 종편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특혜 논란 여기에 종편 특혜 시각도 존재한다. 방통위는 지상파는 의무 위탁하되, 종합편성 채널은 자율 광고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지상파방송사의 계열PP들에 대해서는 광고판매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이는 계열PP들이 케이블 시장의 30%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
김진홍 호남대 교수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종편사업자가 미디어렙에 의무 위탁되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므로 자율 광고영업(Free Hand)을 하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종편채널이 신문사의 영향력을 토대로 독자적인 영업을 할 경우 광고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경향신문은 13일 ‘방통위, 종편에 광고영업권 특혜’라는 기사에서 “신규 종편채널이 신문도 함께 발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의 매체영향력을 등에 업고 광고주에게 압박을 가하거나, 신문광고를 끼워 파는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힘 잃은 1공영 1민영 미디어렙 개편논의가 사실상 종편과 MBC 등 지상파 위주로 전개되자 마이너신문과 지역신문·방송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실제 한선교 안은 SBS, 진성호안은 종편, 전병헌 안은 MBC를 염두에 둔 것이란 소리까지 나온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안을 담은 김창수·이용경 의원안은 힘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우군으로 믿었던 전병헌 민주당 의원마저 돌아서고, 민주당이 관련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허탈감은 더해가고 있다.
코바코 연구용역 논문에 따르면 1공영 다민영 완전경쟁 체제 도입시 첫해 메이저신문은 13%, 마이너신문은 39.4% 감소하고, 2년째엔 메이저 28%, 기타 신문들은 감소액이 산출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크다. 특히 지역민방 등 취약매체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는 논의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가뜩이나 지역방송 등 마이너 매체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안이나 전병헌 안은 취약매체들에 치명적”이라며 “자본력을 가진 재벌과 기업들의 방송 장악이 기승을 부릴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여론 다양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정치인이 없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