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심사대상에 오른 기사들을 보면 그다지 특이한 것은 눈에 띄지 않는 편이지만 정치권력의 비행과 반사회적 부조리들을 파헤친 역작이 많았다. 우리가 부정비리와 그늘진 인권지대, 그리고 인체에 위해를 주는 수입농수산물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하는 기사들이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두 개의 무게있는 수상작이 나왔다. 재외국민 특례입학 부정사건을 특종한 KBS 기동취재부의 이창룡 정제혁 유원중 기자팀이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지지표를 받았다. 방송보도를 주요 신문들이 빠짐없이 받아 쓴 예도 별로 없어서 KBS의 성가를 올렸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클린 히트'였다.
또 하나의 취재보도상은 96년 총선과 95년 지방선거 당시 여당후보들에게 안기부 자금이 대거 지원된 사건을 처음 보도한 동아일보 법조팀의 양기대 이수형 신석호 기자가 탔다. 지금도 정치권 전체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고 있는 그 '후폭풍'의 위력을 감안하면 언론계 모두가 부러워해야 할 특종이었지만 감점요인도 지적됐다. 몇몇 심사위원들은 "거대한 금광을 캐낸 취재는 높이 살 만하지만 당시 보도가 소극적이었고 영향력도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보통 볼 수 있는 정치자금 비리가 아니라 안기부 돈을 집권여당이 선거자금으로 휘두른 엄청난 권력부패였음을 이슈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만루 홈런이 될 뻔했는데 싱글 홈런으로 그친 것아니냐는 얘기다.
동아일보 법조팀이 제출한 공적조서를 보면 이 사건은 검찰이 정치자금 문제자체를 이슈화해서 수사한 결과 나온 것이 아니었다. 정치자금 사건과 완전 별개인 린다 김 사건을 수사하던 중 계좌추적에서 대규모 안기부자금의 흐름을 발견한 것이 사건의 단초였다. 사건은 동아일보가 제1보를 보도한지 석달 후에야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내용이 다른 신문에 보도되면서 엄청난 사태로 번졌다. 아마도 해방후 정치자금 사건 중 단일건으로는 가장 액수도 클뿐더러 정보기관이 직접 개입된 공작이어서 역사적 상처가 크게 남을 수밖에 없을 것같다. 검찰이나 정치권이 이 사건을 국민혈세 도둑질로만 얘기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점은 바로 안기부의 정치공작이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세계일보 사회부가 보도한 시설내 장애인 투표부정도 선거때마다 있어 온 불법행위를 확인한 것으로 의미가커서 1차 채점 때 수상권에 들었으나 2차심사 표결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동아일보 법조팀의 이수형 기자 등 3명이 취재한 검찰의 지역편중인사 실태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지역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기사라는 비판도 일부 있었으나 인사편중 문제를 수치로 계량화한 컴퓨터분석 방법을 도입한 취재기법이 높이 평가됐다.
이외에 6개은행 감자관련 정부책임론 부상을 다룬 문화일보 경제부의 박학용기자팀과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법저울이 기울었다'를 보도한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의 손동우 기자등이 수상권에 들었으나 2차심사 때 지지표가 부족했다.
지역취재보도에서는 새 주민등록증이 아세톤 한 방울이면 얼굴사진과 글자가 지워져 위조 변조가 용이하다는 것을 보도한 부산일보 제2사회부 김태권 기자외 1명이 수상했다. 이 기사는 사실상 지역취재가 아니라 전국적인 취재보도 부문에 넣어도 수상할 수 있는 우수작이었다. 새 주민증을 만드는데 든 정부예산만 450여억원에다 국민들이 사진 만들고 동사무소에 가야 했던 불편과 그 기회비용을 계산하면 엄청난 손실이었다. 성능이 더 좋은 주민증으로 교체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으나 국가에너지만 소모한 실정임을 밝혀낸 것이다.
이외에 부산MBC의 '수입 도미 수은검출'기사도 수상권에 들었으나 최종 수상작으로 뽑히지는 못했다. 각종 수입 식약품들에 대한 국민불안을 생각하면 그 통관 검역절차의 허점에 대한 심층취재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것을 기획보도하는 작품이 나오면 언제든지 수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장담할 수 있다.
이번 응모기간에도 정치권과 언론가에 큰 파문을 일으킨 특종이 기자협회의 회원사가 아닌 신생 신문사에서 터져 나왔다. 내일신문 정당팀의 장병호 기자가 단독취재한 한나라당의 언론공작 문건이다. 차기 수권정당이 대선전략으로 적대언론인과 우호언론인을 분류했다는 점 때문에 특히 언론계 심사위원들의 개탄을 다시 자아내게 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