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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김인규號 '산 넘어 산'

탐사팀장 김 사장 정면비판…전두환·노태우 찬양 리포트 파장

김성후 기자  2009.12.02 15: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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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참모를 지낸 김인규 씨가 KBS 신임 사장에 임명되면서 방송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KBS 신관 노동조합 사무실 전경.  
 
측근 중용 인사에 내부 반발…총파업 투표 향후 행보 좌우할듯


김인규 KBS 신임 사장을 태운 검은색 그랜저 승용차는 1일 오전 7시쯤 KBS 본관 주차장 입구에 멈춰섰다. 차량 진입을 막으려는 노조원들과 이를 저지하는 청원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오갔고, 수적 열세인 노조원들이 밀리면서 차량은 입구를 통과했다. 그는 지난달 24일 취임 이후 6일째 출근을 저지당하고 있다.

김 사장은 집무실에서 점심을 도시락으로 때우며 실국별 현안들을 보고받는 등 일상적 업무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청자를 최우선시하고 △KBS를 확실한 공영방송으로 만들고 △고품격 콘텐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한다고 강선규 KBS 홍보팀장은 전했다.

이런 ‘정중동’ 행보는 취임식 당일 시종일관 자신감을 보이던 때와 여러모로 대비된다. 그는 지난달 27일 공석 중인 부사장을 임명한 데 이어 본부장 및 일부 실국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총파업 찬반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은 자제하겠다는 뜻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측근 챙기기…탕평인사 헛말”

물론 할 일은 한다. 최근 인사에서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전진배치하고 의외의 인물을 파격 기용하는 등 친정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처음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최근 단행한 인사와 관련, 탕평 인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KBS 경영협회는 지난달 30일 성명을 내고 지연옥 경영본부장과 박갑진 인력관리실장 임명에 문제를 제기했다. 경영협회는 “누구 사람이어서 되고 누구 사람이어서 안 된다는 말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이 또한 공염불이 됐다”고 지적했다. KBS 노조 이도영 감사는 조대현·김영해 부사장 임명을 두고 “이병순 체제에서 누구보다 견마의 노고를 다했고, 구성원의 의사를 왜곡했으며 조직을 황폐화시켜 KBS를 끝없는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주역들”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선참모’ 경력은 원죄가 되어 김 사장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김만석 KBS탐사보도팀장은 기자 선배인 김 사장을 정면비판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사내게시판(코비스)에 글을 올려 “공영방송 직원은 정당에 가입하지 못하도록 한 KBS사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참모가 사장이 되는 현실에서 도대체 김 선배의 자신감과 논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냐”고 말했다.

“친정부 인생행보의 연속”
KBS기자협회가 공개한 김 사장의 80년대 방송 리포트는 “정치권력으로부터 KBS를 지키러 왔다”는 취임사가 말 뿐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김 사장은 리포트에서 전두환 정권 시절 집권당이던 민주정의당에 대해 “새역사 창조에 나섰고 청렴정치에 앞장서 온 정당”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전두환의 4·13호헌선언을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한 통치적 차원의 결단”, 노태우의 6·29선언을 “어려운 국면에 처한 현 시국을 타개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라고 극찬했다.

KBS 보도국 한 기자는 “‘그 시대는 다 그랬다’, ‘MBC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다”며 “1979년 정치부에 입문한 김인규는 전두환과 5공화국을 등에 업고 성장한 전형적인 정치엘리트 기자로, 지속적으로 정권에 부역하면서 정치부 차장, 정치부장, 미국특파원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이력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그에게 큰 고비는 총파업 찬반투표의 결과다. 2일 끝나는 총파업 찬반투표가 높은 찬성률로 가결되는 것은 김 사장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이 경우 노조가 총파업 투쟁을 강력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져 김 사장의 KBS 장악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총파업 여파로 노조원들이 해고되고 구속될 경우 재임 기간 내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총파업 동력 상실은 그에게 KBS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사측이 투표 불참을 직·간접적으로 독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노조는 일부 간부급 사원들이 ‘조직 안정을 위해 총파업은 안 된다’ ‘김인규는 능력있는 사람이다’ 등의 논리를 퍼뜨리며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 노조 관계자는 “사즉생으로 싸우는 것 이외에 길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