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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 이재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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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2일, YTN 해직 기자들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끌려갔습니다. 멀리 떨어진 부산까지도 그들의 울분이 울려오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충격 못지않게 뒷날 들었던 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제 가슴속에 남아 있습니다.
노종면, 현덕수, 조승호, 임장혁 기자가 구금된 남대문경찰서에 YTN 기자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꼭 있어야 할 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로 우장균 기자였습니다. 후배들이 서둘러 찾아 나섰습니다. 그는 경찰서 외딴 구석에서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후배들의 얼굴을 보고도 말조차 잇지 못하며 눈물을 쏟아냈다는 대한민국 기자 우장균.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프게 우는 사나이의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뜨거운 가슴을 가졌습니다. 불의에 항거할 줄 알고, 깊은 동료애에 눈물 흘릴 줄 아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기자가 바로 우장균 기자입니다.
동료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기자로서의 사명감에 항상 충실하고자 하는 그가 한국기자협회장 선거에 출마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곧은 기자정신으로 대한민국 기자들의 자존감을 세우고 한국기자협회의 위상을 높여달라는 시대적 요구를 뿌리치지 못한 것입니다. 한국기자협회가 신문과 방송으로, 서울과 지역으로 갈라지지 않도록 기자사회를 통합시켜 달라는 부름에 당당하게 대답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1심 복직 판결의 기쁨을 누릴 사이도 없이 지금 혹독한 고생을 치르고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장에 출마하면 보통 소속 회사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주기 마련입니다. 사세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장균 후보는 사측의 방해로 그 어느 후보보다도 불리한 상황에서 힘들게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용역직원들을 뚫고 보도국에 올라가 동료들에게 출마 인사를 감행했을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동료들은 그를 우레와 같은 박수로 맞았다고 합니다.
그는 이 순간에도 이런 역경에 맞서 전국을 뛰어다니며 씩씩하게 회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자기 일처럼 만사를 제치고 나서주는 동료들과 기자 동지들, 그리고 ‘기자사회는 아직 살아 있다’고 믿고 있는 국민과 역사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진대 그가 한국기자협회장에 당선됐을 때 최소한 자기 회사의 이익에 매몰될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물론 그에게도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우렁차다는 것입니다.
우장균 후보는 저와 비슷한 시기에 YTN지부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 시절 YTN 노조에서는 비밀회의가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조용하게 얘기해도 옆방에 있는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만은 다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노조 운영이든, 기자협회 운영이든 숨김이 없을뿐더러 투명하게 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걱정도 많았다고 합니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때문에 대의원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받을까 우려되니 목소리를 좀 낮추라고 말을 하면 우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노력은 하겠지만 원래 성격을 감추는 것도 가식이고 위선입니다. 제가 가식으로 대의원들을 대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가장 진솔한 제 모습과 가슴으로 회원들을 만나겠습니다.”
당선에 필요한 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자 동료들에게 진정성으로 다가가겠다는 것입니다. 선거를 돕는 사람들은 솔직히 애가 탈 노릇일 겁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그의 신조는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부당한 권력이 억압해도 무릎 꿇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이런 그가 줄곧 강조하는 것이 기자사회의 통합입니다. 또래의 기자와 다르게 우장균 후보는 지역 방송국 근무 경험도 있고, 경제신문에서 편집기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또 앵커와 청와대 출입 기자를 했고 부당함에 저항하다 해직되기도 했습니다. 인생의 신산, 기자사회의 명암을 모두 겪은 만큼 다양한 영역의 기자들, 특히 열악한 상황에서 고생하고 있는 지역과 전문지 기자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대변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해질대로 불안해진 이 시대의 대한민국 기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앞장서서 보호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당당하게 우뚝 설 것이라고 믿습니다.
기자협회를 개혁해 ‘할 말은 하는’ 기자들의 대표단체로 자리매김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그것도 예의 쩌렁쩌렁한 사자후 같은 목소리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