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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사장, 서동구씨 전철 밟을까

대통령 특보 출신 닮은꼴…서 전 사장 9일만에 사퇴

김성후 기자  2009.11.25 1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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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2층 공개홀에서 열린 제19대 KBS 사장 취임식에서 김인규 신임 사장이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취임사를 하고 있다. (KBS 제공)  
 
내부 인맥 넓고 지지자 적잖아…‘패거리즘’ 우려도


KBS는 24일 취임한  김인규 사장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13명의 사장을 배출했다. 역대 정권은 그동안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을 KBS 사장에 임명해 왔지만 김 사장처럼 대통령 집권에 공을 세운 인사가 직접 임명된 것은 드물었다.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뛰었던 인사가 KBS 사장으로 입성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언론고문을 지낸 서동구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째다. 서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초기였던 2003년 3월25일 KBS 사장에 임명됐으나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9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서 전 사장과 김 신임 사장은 △대통령 선거참모로 활동했다는 점 △‘정권의 낙하산’으로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야 할 KBS 사장으로 적절치 못한 인물로 꼽히고 △노조가 출근을 저지하고 총파업 투쟁 등 강경 투쟁을 천명하는 등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서동구씨가 KBS 사장에서 물러난 것은 노조의 강경 투쟁과 시민단체의 사퇴압박이 큰 원인이었다. 언론개혁을 기치로 내건 노무현 정부는 KBS 사장에 대통령 선거참모를 임명, 방송장악 논란을 자초했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사퇴 여론에 직면했던 서 전 사장은 당시 지명관 KBS 이사장과 나눴던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전격 사퇴했다.

조선일보 보도(2003년 4월2일자 1면)는 “KBS 서 사장이 1일 지명관 KBS 이사장을 만나 ‘(내가 대통령에게) 조·중·동이 가하고 있는 공세가 대부분 여론을 잘못 끌고 있다면 방송이 왜곡된 여론에 바른 물꼬를 터줘야 개혁의 단초가 잡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을 만나 ‘신문개혁을 돕는 길이 아니면 도와줄 수 없다’고 했으나 며칠 후 (노 대통령이) ‘방송 쪽을 맡아 달라’고 말했다”는 게 요지였다.

조선일보 보도가 있던 그날, 노 대통령은 국회 국정연설 말미에 따로 시간을 할애해 자신이 서 사장을 추천했다고 인정했다. 노 대통령은 “서동구씨에게 ‘당신이 해보시지요’라고 제안했고, 이 뜻이 KBS이사회에도 전달됐을 것으로 안다”며 “(KBS 사장 임명과정에) 개입한 일이 없다고 말해 놓고, 이 같은 과정이 밝혀지고 나니 거짓말을 한 것 같아서 낯이 뜨겁다”고 말했다.

당시 KBS 노조위원장이었던 김영삼 PD는 “사장 출근 첫날부터 24시간 농성체제에 들어가고 낙하산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돌입키로 하는 등 조합의 강도 높은 투쟁과 25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가 연대가 가세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서 사장 카드를 계속 고집하지 못했다”며 “청와대 개입 사실을 확인한 언론 보도도 서 사장 낙마의 중요한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낙하산 사장을 몰아낸 2003년 4월과 비교해 또 다른 낙하산 사장이 입성한 2009년 11월 KBS는 어떨까. 먼저 대통령 집권에 공을 세운 인사가 정치적 독립성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공영방송 KBS에 들어올 수 없다는 원칙은 굳건하다. 또 노조를 필두로 김인규 사장 퇴진 결의도 사내에서 뜨겁다.

노조는 26일부터 내달 2일까지 MB특보 김인규 퇴진과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분쇄를 위한 총파업 실시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벌인다. 그동안 사내 현안에서 노조와 입장을 달리한 사원행동, PD협회, 기자협회 등도 노조와 공동투쟁을 천명했다. 미디어행동과 전국언론노조 등도 투쟁에 동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노조의 투쟁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노조가 사장 선출 과정에서 이병순씨를 지지하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노조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은 커진 상태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조합이 파업 찬반투표에서 광범위한 파업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가결될 경우 파괴력 있는 파업을 벌일 수 있을지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또 KBS 내부에 김인규 사장 지지자들이 적지 않고 그의 입성을 ‘차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있다. 김 사장의 사내 지지세력으로 알려진 이른바 ‘3인회’ ‘6인회’ ‘수요회’ 등 사모임도 건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사장 본인이 KBS에서 33년간 재직해 내부 인맥이 넓고 KBS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KBS 한 관계자는 “정권과 공동 운명인 김 사장 입성으로 KBS는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 등에서 정치적 독립성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며 “더 큰 문제는 사라졌던 특정 인맥의 이른바 ‘엘리트 패거리즘’이 횡행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