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KBS 사장이 12일 법원으로부터 ‘해임처분 취소’ 판결을 받았다. 앞서 정 전 사장은 지난 8월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17일에는 신태섭 전 KBS 이사가 동의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해임무효 확정’ 판결을 받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8일 성명에서 “이번 판결들은 이명박 정권의 KBS 장악의 위법성에 대한 사실상의 확정판결”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KBS를 장악하기 위해 감사원·국세청·방송통신위원회·검찰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했다. 특히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을 몰아내는 작업은 치밀한 각본에 따라 이뤄졌다. 지난해 5월 감사원의 KBS에 대한 특별감사와 함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석달 뒤 감사원은 법인세 환급 소송 중도 포기 등을 방만 경영의 근거로 들어 해임을 권고했다. 당시 감사원은 △정 전 사장 취임 이후 1천1백72억원의 누적 사업손실 기록 △잉여인력 미감축과 과도한 임금인상 등 방만한 경영 △자격 미달자 국장 특별 승격을 포함한 인사 전횡 등을 발표했다.
한편으로 이사회 구도를 여당 다수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신태섭 이사가 희생양이 됐다. 신 이사가 재직 중이던 동의대는 지난해 7월1일 “학교의 허락 없이 KBS 이사를 겸직했다”는 이유로 그를 해임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곧바로 KBS 이사자격을 박탈했다. 방통위가 강성철 부산대 교수를 보궐이사로 임명하면서 KBS 이사회는 친여 성향 이사가 6명으로 과반이 됐다. 그리고 8월8일 이사회는 여당 이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을 6대 0 표결로 통과시켰다.
당시 이사회에는 유재천 이사장을 비롯해 이춘호·방석호·강성철·권혁부·박만 이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유재천 이사장은 상지대 총장을, 이춘호 이사는 EBS 이사장, 강성철 이사는 EBS 이사, 방석호 이사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PD연합회는 12일 성명에서 정 사장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던 유재천·권혁부·방석호·이춘호·박만·강성철 이사를 ‘공영방송 파괴 6적’으로 규정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방송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강성철 보궐이사 임명 취소, 정 전 사장에 대한 배임혐의 무죄, 해임처분 취소 판결, 신태섭 전 이사 해임무효 확정 판결 등 이명박 정부가 KBS를 장악하기 위해 벌였던 행위들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 잇따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 전 사장은 ‘오마이뉴스’에 기고 중인 ‘정연주의 증언’이라는 글에서 “온갖 권력기관들을 총동원해서, 부당하게 법을 어기면서까지 나를 해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