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노동조합은 17일 오후 3시 청와대 앞에서 ‘MB 특보 낙하선 저지’ 기자회견을 갖고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이 KBS 차기 사장으로 올 경우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총파업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이병순 사장 연임저지 및 낙하산 사장 반대’를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19일 KBS 차기 사장 최종후보 선출을 앞두고 나타난 이런 현상은 KBS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김인규 회장과 이병순 현 사장의 맞대결 구조로 압축된 사장 선임 국면이 안갯속에 있음을 방증한다. 명백한 사실은 두 사람 중 최종 후보가 나올 경우 KBS의 염원인 정치독립적 사장 선임의 꿈은 좌절되고, 지난해에 이어 또 한 차례의 극심한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KBS 사장추천위원회가 면접심사 대상자로 확정한 후보는 이병순 현 사장과 김인규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강동순 전 방송위원, 이봉희 전 미주 KBS 사장, 홍미라 언론노조 KBS 계약직지부장 등 5명. 이 가운데 이 사장과 김 회장이 차기 사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유력한 후보 두 사람이 경합을 벌이는 것은 KBS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홍두표 사장, 김대중 정부의 박권상 사장, 노무현 정부 초기 서동구 사장, 서 사장의 뒤를 이은 정연주 사장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직간접적인 교감 속에 KBS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애초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은 기류에서 김 회장이 배수진을 치고 도전장을 내면서 복잡해졌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어느 한편을 지지하기 힘들어 KBS 이사회에 전권을 줄 것이라는 관측을 한다. KBS 이사회는 여야 7대 4 구조이지만 이번 사장 선임 국면에서 여야 구별은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들이 후보 개인의 성향과 능력을 감안해 투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사들을 향한 양측의 구애전이 치열하다. KBS에서는 일부 본부장들이 여당 측 모 이사에게 이 사장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정권의 방송장악 유혹은 권력만큼이나 강하다. 지난해 8월 정연주 전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감사원, 국세청, 검찰, 경찰 등 국가기관을 총동원한 사례는 이를 웅변으로 보여준다. 결국 KBS 사장은 청와대의 의중에 달려 있다는 게 정설이다. 두 사람이 각각 청와대의 지원을 공공연하게 주장하며 바람몰이에 나서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KBS 신임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KBS 위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비전과 철학을 갖추고,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미래 방송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밝힌 것도 의미심장하다.
KBS 노조의 ‘김인규 결사 반대’ 투쟁도 막판 변수다. KBS 한 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한 노조의 강한 반대를 정권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장 선임의 키는 노조가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내 구성원 76.9%가 불신임한 이 사장에 대한 노조의 애매모호한 입장은 내부 비판을 받고 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은 16일 성명에서 “필사즉생의 각오로 이병순 연임분쇄와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에 나서라”고 노조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