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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성낙인 서울대 교수, 임지봉 서강대 교수, 한위수 한국언론법학회장.(사진=연합,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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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부작위’로 권한침해 재발생
“재논의 요구는 사족에 불과” 반론도‘재논의를 하라고 한 것인가, 알아서 하라고 한 것인가.’ 헌재의 미디어법 결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국회가 미디어법 재논의를 벌이지 않으면 야당 국회의원의 권한을 거듭 침해하게 되므로 권한쟁의심판을 다시 청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강대 법학연구소 소장인 임지봉 교수는 “국회의장이 미디어법 재논의에 착수하지 않는다면 헌재 결정 취지를 위반하는 ‘부작위(不作爲)’에 해당된다”며 “재논의를 통해서 누릴 수 있는 야당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하게 되므로 또다시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교수는 “헌재가 권한 침해를 인정한 이상 국회법을 위반하지 않는 상태의 온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김형오 의장이 ‘미디어법 재논의는 없다’고 밝힌 것은 헌재 결정문 을 잘못 분석한 데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문제는 “위법성 시정은 피청구인에게 맡긴다” “사후 조처는 국회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헌재의 재논의 요구가 강제력이 있느냐다.
임 교수는 헌법재판소법 제66조와 제75조를 들어 헌재가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무효 인용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제66조 2항 “권한침해의 원인이 된 피청구인의 처분을 취소하거나 그 무효를 확인할 수 있다”를 헌재의 재량권으로 해석한 것은 헌법소원심판 부문의 제75조와 배치된다는 말이다. 제75조 3항과 5항은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선고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실제 결정에서는 반드시 확인 및 선고를 하고 있다는 것. “할 수 있다”는 표현 때문에 미디어법 무효확인 청구를 기각한 것은 제75조의 관행에 비추어 일관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권한쟁의심판 제도는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사이 권한 다툼에서 침해가 인정되면 원래 권한 상태를 회복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권한 침해만 확인하고 무효를 선언하지 않는다면 헌재에 심판권을 준 제도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라도 더욱 입법부가 미디어법의 위법성을 해소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논의 요구의 강제력에 대해 다른 견해를 피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성낙인 교수(서울대 법대)는 “헌재가 개입할 수 있는 범위는 제도의 균형, 권력분립의 안정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헌재가 인용을 하지 않은 이상 피청구인이 위법성을 해소하라는 내용은 자율에 맡긴 것이며 일종의 사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성낙인 교수는 “국회 의사결정과정에서 중대하고 명백한 흠이 있어 치유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무효를 인용할 수 있겠으나 미디어법은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도 5대 4로 근소하게 결정되는 등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선거법 위반도 벌금 1백만원 이상이 아니면 의원직이 상실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헌재 연구부장을 거친 한국언론법학회장 한위수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헌재의 결정은 국회와 피청구인에게 위법성 해소를 강제한 것이 아니고 해소의 여부, 방법의 결정권까지 자율에 맡긴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