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달 2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기자실)에 들러 “청와대 핵심관계자라는 말을 쓰지 마라. 앞으로는 민정라인 관계자, 정무라인 관계자 이런 식으로 써달라. 그렇지 않은 코멘트는 조작을 했거나 사기성 코멘트라고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청와대 핵심 관계자’ 등을 인용해 “효성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에 발끈하면서 한 발언이었다. 세종시, 효성그룹 수사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한 청와대의 대표적 반응이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뒤 청와대는 비서관실별로 한명씩 ‘공보담당’을 지정해 언론 대응 창구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2일 “공보담당은 신문 등 언론의 보도에 대해 사후적인 공식 창구로서 답변과 취재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가급적 이달 중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이 제도가 내부통제용으로 악용돼 언론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기자들의 취재 요청에 청와대 직원들은 공보담당에게 미루고, 공보담당은 틀에 박힌 원론적 답변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청와대 한 출입기자는 “지난주부터 비서관이나 수석들은 기자들의 전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말하기가 그렇다’, ‘홍보수석실에 문의하라’는 등의 답변만 내놓고 취재를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출입기자는 “공보담당제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청와대 내부의 다양한 분위기와 정보를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석이나 비서관들이 당당하고 책임있게 기자들의 취재에 응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9월16일에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 사진, 영상 등 출입기자단의 취재를 막아 기자들의 반발을 샀다. 또 이 대통령의 내·외부 행사에 방송·사진 풀단을 줄이려는 시도를 했다가 기자들의 항의에 원상복귀시켰다. 9월30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 땐 세종시 관련 질문을 하지 말라고 기자들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부쩍 취재통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청와대 직원들의 막말과 폭행 등 청와대의 추문을 지적하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 비서관이 청와대 비서실 사무실에서 욕설을 하고, 한 행정관은 통신3사 임원들에게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에 거액의 출연금을 요구한 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들이 터지면서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내부 기강 잡기에 나설 정도로 청와대는 추문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 수사, 세종시 처리문제 등과 관련한 기자들의 취재활동이 활발해지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를 다년간 출입했던 한 일간신문 기자는 “외부에 공개되길 원하지 않은 기사들이 나오면서 코너에 몰린 청와대가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