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직원들도 몰랐는데….” 한 출입처와 분야를 오래 담당하면서 ‘한 우물’을 파는 기자들이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김수정 중앙선데이 기자는 최근 ‘한 우물’의 강점을 증명했다. 외교부에 7년째 출입하고 있는 김 기자는 외무고시 합격자를 반으로 줄이고 외교아카데미를 신설해 외교관을 양성하겠다는 외교통상부의 안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지난 20일 단독 보도했다.
신뢰로 쌓아놓은 고급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지난 5월 외교부가 조만간 외교관 양성제도를 크게 바꿀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외시 개혁은 외교 분야 담당 기자로서 평소의 큰 관심사이기도 했다. 그는 꾸준히 동향을 체크하며 ‘벼가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적시타를 때렸다. 김 기자는 “초년병 때는 눈앞에 터지는 일에 매달렸는데 한 분야를 오래할 수록 피상적인 것에는 초연해지고 본질적이고 큰 흐름을 잡아내는 눈이 생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법조계에는 속칭 ‘60-60클럽’이 있다. 법조 경력이 다 합쳐서 60개월, ‘스트레이트’로 60개월 이상이 되는 기자들이 만든 친목모임이다. 지난달 현재 멤버는 5명뿐으로 희귀하다.
이 클럽의 일원인 이경기 내일신문 기자는 올해로 8년째 법조 담당을 맡고 있다. 외도없이 줄곧 한 우물만 판 이른바 ‘스트레이트 8년차’다. 이 기자가 법원 기자실에 ‘뜨면’ 후배 기자들은 “기사거리가 있느냐” “뭘 쓰려고 왔느냐”며 모여든다고. 그의 ‘짬밥’이 빛을 발했던 예는 많다. 참여정부 당시 어느 매체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단독 인터뷰를 따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3일 동안 밀착 취재하자 강 장관은 결국 “식사나 하자”며 두 손을 들었다. 신영철 대법관 이메일 파동 후 전국 판사회의가 연달아 열릴 때는 그의 전화통은 불이 났다고 한다. 소장 판사와 간부급 판사들이 서로 정보를 얻으려 “한두 다리 건너면 전국 판사를 거의 다 안다”고 전해지는 이 기자에게 몰려든 것. 그는 “한 분야를 파고들다 보니 네트워크가 넓어지고, 어떤 사태가 터지면 전반을 판단하는 능력은 나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래 했다고 반드시 좋은 기자가 될 수는 없는 법.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못 쓰는” 경우도 생긴다. 인간적인 갈등도 걸림돌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기자로서 윤리와 도덕률을 항상 되새겨야 한다는 게 선임급 기자들의 충고다.
법조 기자로 9년간 근무해 법조 대기자를 지냈던 오풍연 서울신문 기자는 “(취재원에게) 밥을 사는 기자가 돼라”며 “한 분야에서 경력이 오래 될수록 공사를 구별하고 기자와 취재원간 긴장관계를 잃지 않는 ‘상식과 도덕률’을 스스로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