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부당인사는 대한민국 기자사회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해고당한 기자까지 탄생한 마당에 더 말해서 무엇 할까.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는 그들에게 방송사는 좌천을 시키고, 두 번씩이나 정직 처분을 내렸다. 신문과 방송이 그 경계를 넘나들고,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우리사회는 발전했건만 비판자들을 내치는 야만은 위력적이다. 부당인사의 대표적 희생양인 김용진·임장혁 기자. 그들의 최근 정황과 심경 등을 들어봤다. “언론, 권력집단 확성기 되어가지만 고군분투 후배들 보며 희망 가져”
김용진 KBS 전 탐사보도팀장
2008년 9월 보복인사가 시작됐다. 그 치열했던 여름, 김용진 기자는 KBS 탐사보도팀을 이끌고 있었다. 정권과 자본에 대한 날선 비판에 새 사장은 좌천인사로 답했다. 탐사보도팀장에서 부산총국 평기자로, 9일 만에 다시 울산으로 전출됐다. 그로부터 1년 뒤, 그는 울산에서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 열중이다.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한·일관계 기록과 지자체와 관련된 기획을 하고 있다. 화병이 들어 두문불출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는 꺾이지 않았다. 어디서든 가만있을 줄 모르는 그는 천생 기자였다. 최근 그와 이메일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보복인사라고들 하는데 전 보복인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보복당할 만한 일을 한 게 없기 때문이죠.” 그는 KBS를 이른바 ‘MB식 국정철학’ 구현의 도구로 만들고자 하는 세력들에 찍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병순 사장은 지난해 9월17일 95명에 달하는 대규모 직원 인사를 했다. 이 사장을 반대해온 사원행동 지도부를 비제작부서나 지방으로 발령을 냈고,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탐사보도팀 기자 14명 가운데 6명을 다른 부서로 보냈다. 이를 두고 당시 김 기자는 “KBS 저널리즘에 대한 청부 살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생각하는 KBS 저널리즘은 ‘2천500원 저널리즘’이다. 비정규직 근로자도, 대통령도 KBS에 대해 2천500원의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날 갑자기 권력을 잡았다고 해서 KBS를 자기 것으로 착각하고 이른바 국정 철학의 도구로 삼겠다는 것은 시청자와 국민을 모독하는 짓이라고 했다. “KBS 뉴스와 프로그램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귀와 입이 되어야 합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지금 KBS는 최근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이중적 보도 행태를 보인 주류 신문들의 꽁무니를 따라가기에 급급하다.
그렇지만 이 모든 원인을 이병순 체제의 책임으로 돌리는 데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내부 역량의 취약함을 지적했다. “영국 BBC 앤드루 길리건 기자 오보 사태 때 블레어 정권의 탄압으로 이사장과 사장이 사퇴했지만 BBC는 정권에 굴복하지 않았어요. 당시 1천명 이상의 BBC 기자, PD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죠. 정연주와 이병순 체제를 거치면서 KBS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누가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KBS 구성원들이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김 기자는 “기자들이 점점 대변인의 대변인으로 전락하고 언론 기관은 정부나 기업, 각종 힘센 이익집단의 공명판 내지 확성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오웰 식의 암울한 미래와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참혹한 과거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고도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여전히 고군분투 중인 후배들에게 희망을 발견한다는 그는 “권력과 자본, 정파와 이윤 동기의 영향과 자장에서 벗어나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바라는 KBS의 역할이고, 내가 꿈꾸는 KBS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언론의 권력꼬집기는 자연스러운 기능, 돌발영상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임장혁 YTN 전 돌발영상 팀장
지난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그런데 정직 6개월을 버텨내고 원직복귀하자 이번엔 대기발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곤 한달 만에 사회부로 발령받았지만 결국 지난 8월 또다시 정직 2개월 징계로 펜을 빼앗겼다. YTN 낙하산사장 퇴진운동과 공정방송 사수투쟁의 결과였다.
YTN 임장혁 기자(전 돌발영상 팀장)는 “사측이 왜 자꾸 이런 일을 벌이는지 이해가 잘 안갈 때도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사측이 오히려 측은해 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돌발영상 제작자였기에 이런 ‘수난’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소위 청와대에 밉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그런 말을 하자 “설마 정치권이 일개 방송프로그램 제작자까지 손본다는 건 우습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돌발영상이 ‘악의적으로 제작됐다’는 말에는 참지 못했다. 최근 배석규 대행을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한 이유다. 배 대행은 지난달 임 기자를 대기발령하며 “경찰의 쌍용차 노조 진압을 다룬 돌발영상(8월7일 방영분 ‘경찰을 위한 항변’ 편)이 악의적으로 제작됐다”고 말했다.
임 기자는 “악의라고 표현한 그 ‘악한 의도’가 뭔지도 잘 모르지만 악한 의도건, 악하지 않은 의도건 방송에 관한 한 다른 어떤 의도를 가져본 적 없다”고 말했다. 또 “사측은 내가 앵커를 선동하기까지 했다고 하는데 있지도 않은 사실”이라며 “개인을 떠나 돌발영상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애착을 갖고 철두철미하게 돌발영상을 만들어왔다는 말이다. 경찰의 쌍용차 노조 진압을 다룬 방영분이 편파적이라는 사측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쌍용차 노조 사태에서 분명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노조원이 있었고, 진압을 위해 방패를 휘두르는 경찰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당한 행위로 봤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진압이 된 후 공권력의 폭력 말입니다. 예를 들어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자에게 실탄을 쏴 검거하는 것은 일부 용인되는 과정일 테지만, 제압한 후 수갑 채우고 무릎 꿇리고 ‘너 아까 나한테 왜 흉기를 휘둘렀느냐’며 폭행하는 것은 다릅니다. 돌발이 보여준 것은 바로 그 부분입니다.”
아무리 ‘기계적인 중립’을 강요한다고 해도 저항할 수 없는 사람들을 폭행한 일을 양비론으로 다루는 것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왜곡’의 다른 말이라는 것이다.
임 기자는 “지난 7년간 돌발영상은 한 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의도적으로 권력집단을 외면하지 않는 한 돌발영상의 권력 꼬집기는 자연스러운 언론 기능”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정치적인 민감 사안을 지금과 똑같이 비판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돌발영상을 제작해왔다. 그 일에 모든 걸 다 바쳤기에 누군가에게 ‘가시 같은 존재’가 된 셈이다. 임장혁 기자는 “해직기자들, 그리고 함께 싸운 선후배들을 생각하면 정직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 @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