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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는 16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에 사진, 영상 등 출입기자단의 취재를 막았다. 다음날 신문들은 청와대 직원인 전속 담당자가 찍은 이 사진을 실어야 했다. 전속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은 청와대 입맛에 맞게 걸러진다. (뉴시스=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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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영상·사진 통제 파문지난달 21일 오후 4시쯤 중앙일간지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 A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평소 알고 지내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모 행정관이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국회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빈소를 방문해 조의를 표한 사진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특정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희호 여사를 위로하는 등 다른 사진도 많다”고도 했다. 그가 지명한 사진은 이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 영정 앞에서 헌화하는 사진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보다 작게 나온다는 것이었다. A기자는 강하게 항의했고, 그 행정관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그 신문에는 그 행정관이 싣지 말라는 사진이 그대로 실렸다.
청와대가 사진이나 영상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이명박 대통령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고 있다. 알게 모르게 이뤄지던 이런 통제가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할 때가 많다고 기자들은 말한다. 지난 16일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회동에 사진, 영상 등 출입기자단의 취재를 막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청와대는 이날 출입기자단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취재를 차단하고, 청와대 직원인 전속 담당자가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각 언론사에 제공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사진기자는 “대통령의 말실수나 어색한 모습 등이 보도되는 것을 막고 청와대가 원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내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속 담당자가 찍은 사진이나 영상은 통상적으로 청와대 입맛에 따라 걸러진다. 민감한 사안의 경우 청와대가 언론사에 제공하는 사진은 10장 안팎이다. 아예 2~3장만 제공될 때도 있다. 영상도 청와대 편집본이 제공된다. 신문과 방송은 청와대가 보여주고 싶은 사진과 영상을 보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달 24일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를 접견할 때도 영상과 사진취재는 봉쇄당했다. 한 방송사 카메라 기자는 “아침부터 대기했는데 청와대가 취재를 불허하고 전속이 촬영한 화면을 제공했다”며 “대부분 이 대통령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편집돼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이런 방식의 취재통제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개 일정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비공개 일정은 필요에 따라 기자들을 제외하는 것이 다반사라는 것. 지난해 8월 말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청계천을 방문했을 때나 지난해 12월 중순 중소기업중앙회 임원들의 돼지갈비집 송년회에 참석했을 때, 청와대는 일정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사진을 제공했다. ‘깜짝 방문’ 사실을 보도해야 했던 언론은 청와대가 제공한 사진과 영상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당시 청와대를 출입했던 한 사진기자는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메시지 전달을 위해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이런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들어 방송사 카메라(ENG) 두 팀, 신문사 소속 사진기자 2명, 통신사진기자 1명으로 구성하던 이 대통령의 내·외부 행사에 대한 방송·사진 풀단을 ENG 한팀, 사진 2명으로 줄여서 운영했다가 기자들의 항의가 커지자 원상복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취재통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당장 청와대는 18일 이 대통령의 대구·경북지역 방문에 카메라 취재인원을 한 팀으로 제한했다가 카메라 기자단의 항의를 받고 두 팀을 허용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사진·영상 취재를 통제하는 까닭은 이 대통령의 좋은 이미지만 부각시키려는 청와대의 전략이라는 측면도 있고, 언론을 단순히 홍보수단으로만 여기는 청와대의 언론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카메라 기자는 “YTN 돌발영상 등에서 이 대통령이 여러 차례 희화화됐다. 그때마다 상부에서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안다”며 “그런 부정적인 모습을 필터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진 기자는 “사적인 일정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국민에게 알려져야 한다”며 “청와대가 좀 더 솔직하고 대범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