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이 편집국장 직선제 존치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 갈등이 일고 있다.
서울신문 노조(위원장 조현석)와 기자협회 지회(지회장 한준규)는 지난 10일 오후 편집국 공청회를 개최했다. 편집국장 임명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히 마련된 자리였으나 사측이 빠지기로 하면서 편집국원들도 30여 명만 참석했다. 더구나 공청회에서 뚜렷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아 노조 지도부에 대한 불만만 재확인한 셈이 됐다. 공청회에서 편집국원들은 노조 지도부의 미진한 대응, 전략 부재 등을 지적했다. 한 편집국원은 “직선제를 폐지하면 지면이 나아지나. 없애야 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알면서 (노조가) 절차 논리에 빠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회사 측에 대한 비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출범 6개월째를 맞은 경영진이 경영난 해소보다는 편집국장 임명제도 문제에만 유독 관심을 기울이는 데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임명제가 이번에 정리되더라도 현 국장의 임기가 남아 있는 탓에 현실 반영은 내년 11월이나 돼야 하는데도 서두르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경영진이 사내 분열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사측이 지난 11일 갑작스레 ‘명예퇴직 신청’을 받겠다고 발표한 것도 비판의 한 축을 이룬다. 이동화 사장은 지난 4월 임기를 시작하며 “인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언했으나 사실상 인적 구조조정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수세에 몰린 노조를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사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노노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편집국장 직선제는 논의의 핵심에서 멀어지는 양상이다. 사측은 14일 열린 단체협상 본 교섭에서 지난 4일 발표됐던 편집국장 임명제도에 대한 온라인 투표 결과(85.5% 임명동의제 찬성, 투표율 68.8%)를 반영, 임명제의 처리문제를 실무교섭에서 논의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편집국장 직선제가 폐지되는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이 터져 나온다. 범정부 지분이 63%가량인 서울신문은 지금도 사장 인선 과정 등에서 정부의 영향력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데 편집국장 직선제마저 폐지된다면 편집권의 독립이 심각히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실제로 젊은 기자 80여 명은 온라인 투표가 실시되기 전인 지난 8월, 사측의 의견수렴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내용을 담아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한 중견 기자는 “직선제가 폐지된다고 경영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막연한 기대심리로 편집권 독립의 가치를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도를 바꾼다면 정권의 나팔수만 남아 언론사로서의 존립 근거는 희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