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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MBC 엄기영 사장 조건부 유임 배경

10월 재·보선 등 정치 일정 고려한 듯

김성후 기자  2009.09.16 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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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엄기영 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MB 지지도 상승 “무리수 둘 필요 없다”판단
혁신안 결과 미흡하면 책임 물어 해임 가능성


엄기영 MBC 사장이 일단 한숨을 돌렸다. 지난달 7일 임명장을 받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친여 성향 이사들은 세 차례 업무보고 과정에서 엄 사장 등 MBC 경영진의 중도 사퇴를 압박했다. 그랬던 방문진은 지난 9일 임시이사회에서 엄 사장이 보고한 ‘뉴 MBC 플랜’을 지켜보자며 조건부 유임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달 내내 강공 드라이브를 펼쳤던 방문진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직접적 계기는 엄 사장이 지난달 3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밝혔던 ‘뉴 MBC 플랜’이다. 그는 이날 사장이 중심이 된 ‘리뷰 보드(Review Board)’를 상설 운영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성 위원회 설치 등을 제안했다. 곧바로 엄 사장은 9일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단체협약 개정을 위해 이달 중순 ‘노사추진협의회’를 구성하고 11월 말 미래전략 및 중장기 인력계획 수립 등을 내용으로 하는 ‘액션플랜(Action Plan·행동 계획)’을 보고했다.

일주일 새 입장 변화 왜?
이에 대해 김우룡 이사장은 “엄 사장이 구체적인 추진일정을 많이 제시했으니 방문진 이사회는 엄 사장에게 플랜을 추진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재완 이사는 “엄 사장이 액션플랜을 밝혔으니 이를 추진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MBC 개혁안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엄 사장에 대한 거취를 묻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직전 이사회까지 “늘 하던 소리”, “그런 말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 등을 언급하며 ‘뉴 MBC 플랜’과 관계없이 경영진 교체를 밀고 나갔던 방문진이 일주일 만에 “지켜보는 것이 순리”, “합리적인 문제 해결” 등을 거론하며 엄 사장에 대한 조건부 유임 입장을 밝혔다. MBC 안팎에서는 그와 관련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먼저 방문진이 MBC 사장 교체와 같은 문제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윗선(?)’의 언질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월 재·보선 등 정치적 일정을 고려한 청와대와 여권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뜻을 직간접적으로 피력했고, 친여 성향 이사들이 이를 접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도실용·친서민’ 노선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마당에 굳이 문제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방송법 등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공개변론을 시작하면서 미디어법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엄 사장을 강제로 해임할 경우 “방송장악음모”라는 비판 여론이 확산될 것이고, 민주당 등 야당에 대여 투쟁의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7일 신임 KBS 이사진 11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일부의 주장이 있지만, 그것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아무도 방송을 장악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김 이사장, 인적쇄신 거듭 요구

일각에서는 방문진이 혁신안 성과를 지켜본 뒤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해임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엄 사장이 수용하기에 버거운 요구를 제기하는 것도 해임안 처리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것이다. MBC의 뜨거운 감자인 ‘PD수첩’ 광우병 보도 진상조사와 일부 간부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이사장은 14일 “인적쇄신 등을 안 하면 (개혁안은) 하나마나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환 이사도 “쇄신안의 결과가 미흡할 경우 인적쇄신을 하지 못한 것이 해임의 귀책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모 이사는 “여당 성향 이사들이 업무보고 과정에서 경영진 사퇴를 압박하고 특정 이념과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다”며 “그런 결과로 엄 사장의 ‘뉴 플랜’이 나왔다면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MBC 노사는 18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엄 사장이 방문진에 보고한 ‘액션 플랜’을 논의한다. 노사는 이날 엄기영 사장, 김세영 부사장,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이근행 노조위원장, 황성철 수석부위원장, 최장원 사무처장 등 6명이 참여하는 ‘미래위원회’ 구성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