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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사장 승부수는 결국 '패착'

무리한 인사에 친여 성향 이사들도 외면
김인규측과 파워게임서 밀렸다는 분석도

김성후 기자  2009.09.09 14: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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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KBS 이사회(이사장 손병두)의 김영해 부사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이병순 사장이 무리수를 뒀지만 친여 성향의 이사들이 다수인 까닭에 임명동의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11명 이사 가운데 1명을 제외한 전체 이사들이 이 사장의 요구를 거부했다. KBS 이사회가 일반의 예상을 뒤집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 사장은 이사회 직전인 3일 저녁 친여 성향의 이사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조직을 추슬러서 KBS를 일신하겠으니 후임 부사장에 대해 동의를 해줬으면 한다는 게 요지였다. 앞서 1일 오후에는 야당 추천 이사들에게 협조 전화를 걸었다. 부사장 임명동의 안건 처리를 위한 임시이사회 개최를 고지한 택배 우편물이 각 이사들 자택에 배달된 직후였다. 그는 김성묵·유광호 부사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데 대해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 사전 정지작업은 동의안 부결에서 보듯 친여 성향 이사들마저 설득하지 못했다. 이 사장의 협조 요청은 의례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진정성이 없었다고 한 여당 이사는 전했다. 익명을 원한 그는 “설득력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 정도 얘기를 가지고 모든 협력이 끝났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사들은 이사회 직전까지도 부사장 내정자가 누구인지 몰랐다. 친여 성향의 한 이사는 “이사회 당일 아침에 회의 서류를 보고 부사장 후보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새 이사진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후보를 임명제청한 것은 여러모로 무리해 보인다. 이병순 사장은 결제서류의 오·탈자까지 일일이 따질 정도로 빈틈이 없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안일하게 대응했고 허술하게 일처리를 했다. 그 결과 ‘우군’인 친여 성향 이사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면서 동의안은 부결됐다. KBS 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이사회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오판했다는 말이다.

이 사장은 사실상 이번에 사장 연임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부사장 카드는 자신에 에 대한 평가로 직결될 수 있는 본부장 신임 투표를 피해가면서 친정체제를 굳히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연임으로 가는 걸림돌을 우려한 이 사장 측근들에 의한 ‘친위 쿠데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사장의 행보는 차기 사장을 노리는 잠재적 경쟁자들에게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새 사장 설이 돌았던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측엔 남다르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 회장은 지난해 사장 공모 마감을 하루 앞두고 신청을 철회했다.

일각에서는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 임기만 채울 것으로 판단했던 이 사장이 연임 의욕을 보이자 위기의식을 느낀 김 회장 측이 반격을 가해 동의안을 부결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인사파동을 차기 사장 후보들의 ‘파워게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장이 사전조율을 위해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에게 전화를 건 3일 저녁, 그들은 모처에서 따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결과는 다음날 이사회에서 동의안 부결로 나타났다. 친여 성향 이사들의 속내와 무관하게 동의안 부결은 이병순 체제에 대한 불신임으로 비쳐지면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KBS 사원행동은 최근 성명에서 “KBS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MB 특보 출신 인사의 사내 인맥과 이병순 직계가 권력 투쟁 노름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