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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주 전 사장 무죄 판결과 역사의 역류

[컴퓨터를 켜며] 김성후 기자

김성후 기자  2009.08.26 14: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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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재임 시절 세무소송 중단으로 KBS에 1천8백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기소된 정연주 전 사장이 지난 18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8월12일 자택에서 체포됐고, 8일 뒤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뒤 1년 만이다. 법원은 “법원의 조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행위를 놓고 업무상 배임의 죄책을 부담시키는 문제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가 정 전 사장을 강제로 ‘쫓아내기’ 위해 검찰, 국세청,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온갖 권력기관을 총동원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5월 감사원의 KBS에 대한 특별감사와 함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석달 뒤 감사원은 법인세 환급 소송 중도 포기 등을 방만 경영의 근거로 들어 해임을 권고했다. KBS 이사회는 사원들의 격렬한 반발 속에 경찰력을 동원해 해임 제청안 의결을 강행했다. 그 무렵 최시중 방통위원장,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유재천 KBS 이사장 등은 대책회의를 열어 후임 사장 인선을 모의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정 전 사장 해임의 적법성은 사실상 상실됐다. “정 전 사장이 불순한 의도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 혐의는 KBS 이사회가 정 전 사장을 해임한 주요 논거였기 때문이다. 법원이 검찰의 기소 내용을 10가지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한 데서 보듯 감사원 특감과 검찰 수사는 애초부터 무리였음이 입증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KBS를 장악하기 위해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을 강제로 해임한 정권의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사법적 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무죄 선고는 정 전 사장의 해임처분 취소 청구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사장의 변호를 맡은 백승헌 변호사는 “이미 정 전 사장 해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정족수 등 절차적 문제가 드러난 상황이고 해임 사유인 ‘배임’도 이번 판결로 문제로 나타났기 때문에 나머지 사유만으로 해임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정 전 사장의 본래 임기 만료일인 11월23일 이전에 판결을 선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사장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그동안 공개적 발언을 자제해 왔던 그는 최근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특강에서 기자 지망생들에게 “역사의 역류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사건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연주라는 사람을 검찰, 국세청, 감사원, 방통위 등 온갖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쫓아내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라. 역사의 역류는 결국 되돌아가는 것이고 진보의 발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금의 흐름은 시대의 흐름과 어긋나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