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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은 달라도 우정은 영원합니다"

국민정부 청와대 출입기자 모임 '청춘회'

장우성 기자  2009.08.26 14: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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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청춘회 기자들이 2004년 신년 하례회 때 김대중 도서관 지하에서 기념촬영을 했다.(사진 제공=청춘회)  
 
“기자들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병상에서 이희호 여사에게 말했다. ‘청춘회’ 소속 기자들이 쾌차를 빌며 다녀갔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였다. 결국 이 말은 청춘회 기자들과 나눈 마지막 우정이 됐다.

청춘회(靑春會·4기 회장 이래운 연합뉴스 에디터)는 ‘국민의 정부’ 마지막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모임이다. 청와대와 춘추관의 머리글자를 땄다. 22개 중앙 언론사 중심으로 회원은 30명. 2003년 2월22일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사흘 전에 결성한 이래 매년 5~6차례 만난다. 이번 국장 기간 회원 전원이 조문을 했을 정도로 단결력을 과시한다.

김 전 대통령의 배려도 특별했다. 기자들과 적지 않은 우정의 추억을 쌓았다. 청춘회 기자들의 이름과 소속을 다 기억할 정도였다. 2003년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재임 5년간의 성과를 치하하는 감사패를 만들어 김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기념패는 동교동 자택 접견실에 노벨평화상 상패와 나란히 전시돼 있다. 고인은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 기자들에게 감사패를 받은 사람이 나 말고 있느냐”고 뿌듯해했다고 한다.

그가 노벨평화상을 받았을 때도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글 친필과 함께 축하선물로 준 15리터짜리 보드카를 기자들 회식 때 써달라고 전달했다는 것. 청와대 직원들과 기자들의 작지만 뜻깊은 한마당이 벌어졌다.

특유의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청춘회 신년 하례식에서 한 기자가 “올해 날씨 예보 좀 해주시죠”라며 정국 전망을 에둘러 묻자 “복채를 내야 점을 치지”라고 받아쳐 웃음꽃이 활짝 피기도 했다고.
임기 말 기자단 간사였던 오풍연 서울신문 대기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렇게 기억했다.

“대통령은 기자들이 질문하면 요점을 꼼꼼하게 메모했습니다. 답변도 3단 논법에 기승전결이 뚜렷했어요. 어떤 자리에서든 국가와 민족, 국민, 남북 화해와 통일을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우정을 쌓았을까. ‘서로 적당히 봐줬겠지’라고 보면 오산이다. DJ 정부 말기에는 정권과 언론의 긴장이 첨예했다. 그러나 청춘회 기자들은 이념은 달라도 정은 영원하다고 여긴다. “대척점에 있었어도 인간으로서 서로 존중했다”는 게 공감대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서거를 맞은 청춘회 기자들의 안타까움은 깊다. 이들은 병원 입원 후 찾아가 이희호 여사의 손을 잡고 “일어나시면 청춘회에서 제일 먼저 점심 대접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록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지만 앞으로도 매년 설날 이희호 여사에게 세배를 갈 것이라고 한다.

“그는 정말 깊이와 품위를 갖춘 대통령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정치인을 넘어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였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