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환상의 ‘신랑 각시’
광주CBS 권신오·광남일보 정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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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신오 정현아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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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던데…. 알아?”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던 남편이 슬쩍 물었다. “어디? ○○그룹? 잘 모르겠는데. 아는 것 있어?” 아내는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한참을 생각하던 남편은 “한번 취재해보려고…”라며 들리 듯 마는 듯한 소리로 말을 얼버무렸다.
올해로 15년차 부부인 권신오(43)·정현아(40) 기자는 각 회사에서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권 기자는 광주CBS에서 경제를 담당하고, 정 기자는 광남일보 산업부장이다. 집에서는 한 이불을 덮는 사이지만 밖에서는 경쟁해야 하는 특수한 처지다. 알아도 모르는 척, 몰라도 아는 척, 물 먹임과 물 먹음이 체질이 됐다.
두 사람은 복학생 3학년과 현역 3학년으로 만났다. 스터디를 함께했지만 개인적인 대화가 없을 정도로 데면데면했다. 그랬던 두 사람은 한 야유회에서 눈이 맞았다. 똑똑한 후배로만 보이던 정현아가 권신오의 눈에 여자로 보였다. 이후 두 사람은 희희낙락, 티격태격하면서 연애를 했고 1994년 4월 결혼에 골인했다.
기자부부는 때로 피곤하다. 상대방의 급여체계와 액수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것 하나 비밀이 없다. 출입처에 가면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해줄 후배 기자들이 감시의 눈을 번뜩인다. 기자들이 만나는 사람은 제한적이고 많이 겹친다. 뱉은 말에 대한 전이가 빠르고 잘못 전달되면 부부가 도매금으로 욕을 먹기도 한다.
기자생활 17·18년차. 귀여운 쌍둥이 두 딸(권 진, 권 영)이 있고, 기자답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권 기자는 “‘돈 벌어오라’고 보채지 않고 쑥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듣는 ‘기자 각시’ 덕에 편하게 살고 있다”며 “칼 퇴근해서 애들 돌보고 때때로 취재 아이템까지 물어다 주는 ‘기자 신랑’이 있어 그리 싫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도록 격려와 충고 잊지 않는 부부
경향신문 서의동·구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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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의동 구정은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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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의동(43)·구정은(38) 기자부부. 지난해 여름, 부부가 함께 회사를 옮겨 언론계에 화제가 됐다. 1996년 10월 결혼에 골인, 올해로 부부 14년차다. 두 사람은 95년 초 문화일보에서 선후배로 만났다. 당시 구정은은 수습이었고, 서의동은 한국일보에서 경력으로 들어온 사회부 사건이었다. 수습과 선배의 로맨스? 상상력의 과잉이다. 지금까지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부서가 다른 데다 출입처에 함께 나간 적이 없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렸다. 사귀자는 서의동의 말에 구정은은 모른 척 따랐고, 그렇게 연애라는 걸 시작했다. 당시 문화일보에는 사내 커플이 많았다. 공채 1~3기에 여기자가 각각 1명씩 있었는데 우연찮게 모두들 기자와 결혼했다.
기자부부로서 좋은 점은 무엇일까. 구정은은 “‘척’하면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부에 오래 근무한 그는 이라크, 아프리카 등 위험지역에 출장을 간 적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안 했다. 특히 지난해 회사를 옮기는 결단을 내릴 때 남편은 그에게 큰 힘이 되어줬다.
결혼 초창기에는 상대방 기사에 대해 품평도 했지만 지금은 뜸한 편. 경제부와 국제부로 관심사가 다른 데다 각자 일 하기도 바빠서다. 그래도 부부는 부부. 취재에 도움이 되는 책이 있으면 권하고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을 소개하기도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공통 관심사가 발생하면 각자의 장점을 살려 국제 소식과 국내 경제 상황을 주고받으며 토론도 한다.
두 사람은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채찍질한다고 했다. 게으름 피울 땐 따끔하게 충고하고, 좋은 기사를 썼을 땐 격려를 잊지 않는다는 것. 구 기자는 “항상 약자의 편에서 기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삼겹살과 소주가 맺어준 결혼 1년 ‘새내기 부부’
한국일보 전신재·일요신문 조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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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신재 조현진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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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삼겹살에 마신 소주는 두 사람을 급속도로 가깝게 했다. 강원일보 편집부 선후배로, 그것도 바로 옆자리에서 1년 넘게 지내왔지만 둘만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선배의 제안에 뻘쭘했던지 전신재(32) 기자는 입사 동기에 동행을 요청했고, 그와 동기, 선배 조현진(30) 기자는 오붓한 술자리를 가졌다. 그 이후 전신재와 조현진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됐고, 자주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전신재의 입에서 ‘선배’라는 호칭이 사라질 무렵 두 사람의 사귐은 강원일보에서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두 사람의 알콩달콩 사랑에 격려가 많았다. “딱히 이유는 없었어요. 얼굴을 돌리면 선배가 있었고,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죠. 잘 챙겨주는 스타일에 끌린 것 같아요.” 전신재는 말했다.
2006년 1월 겨울에 시작된 둘의 사랑은 다음해 2월 전신재가 한국일보로, 그해 10월 조현진이 일요신문으로 각각 옮기면서 깊어져 갔다. 그렇게 2년 가까이를 사귀다 두 사람은 마침내 지난해 9월 결혼했다. 결혼 1년차, 집에서는 아직도 깨가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가끔, 아주 가끔 부부싸움이라는 것을 한다.
부부는 집에서 신문을 볼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편집기자로서 동질감을 느낀다고 할까. 상대방이 뽑은 제목을 보고 “기발하게 뽑았다”고 격려하고 때론 “그게 뭐야. 기사와 어울리지 않는데…. 이렇게 하면 어때?” 하고 의견도 낸다. 주로 남편이 뽑은 제목이 도마에 오른다. 아내의 핀잔에 전신재는 이렇게 맞받는다. “나도 한다고 했는데 이것밖에 안 나왔어.”
두 사람은 최근 외출다운 외출을 하지 못했다. 쉬는 날이 서로 달라서다. 보통 신문기자들이 쉬는 토요일에 조현진은 출근한다. 일요신문은 토요일 마감이다. 두 사람은 아직 아이가 없다. 내후년에나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시집와준 집사람이 고맙다”는 전신재는 “각자 일에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수습시절 사회부·정치부 동고동락, 신혼여행땐 쓰나미도 비켜가
KBS 곽희섭·이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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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희섭 이윤희 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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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곽희섭(38)·이윤희(34) 기자에게 푸껫 신혼여행은 아찔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3일 뒤 푸껫에 쓰나미가 밀어닥쳤다는 소식이 들렸고, 그들이 머물던 리조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이 기자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지만 곽 기자는 특종을 놓쳤다고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입사 동기인 두 사람은 처음에 별다른 호감을 갖지 못했다. ‘남자가 저렇게 뚱뚱해도 되나’, ‘서울여자라던데 정말 촌스럽네’라고 생각했을 정도. 그런 두 사람은 수습 기간 사회부에 이어 정치부에 함께 배치돼 ‘동고동락’하며 정을 쌓아갔다. 선배들에게 깨지고, 리포트 지시를 받고 당황해할 때 곽희섭은 듬직하게 옆에 있어줬다. 두 사람은 대구와 부산에서 지방근무를 하며 애틋한 감정을 키웠다. 주말에 가끔 만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2004년 12월 결실을 맺었다.
입사 8년차인 두 사람은 회사에서 중책을 맡고 있다. 이윤희는 지난해 11월부터 2TV ‘뉴스타임’ 앵커로 활약하고 있고, 곽희섭은 사회부 바이스로 일하고 있다. 평일에는 너무 바빠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 정도다. 17개월 된 아들 재영이와 맘껏 시간을 보낼 수 없어 두 사람은 마음이 아프다.
앵커가 되고 나서 이윤희는 남편의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왜 이렇게 썼나’라는 생각이 들면 남편에게 전화한다.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라고 의사를 밝히지만 곽희섭은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그도 아내가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앵커 코멘트 등 이것저것 꼼꼼하게 모니터해준다.
결혼한 여기자는 가정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적 요인이 있다. 특히 현장을 뛰는 여기자들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기자 생활이 불규칙적이어서 남편이 일반 직장인인 경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마련이다. 결혼 후 세상을 보는 폭이 더 넓어졌다는 이 기자는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