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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언론정책 편향 극심…민심 이반·고립화 자초

언론 현업 3단체장 특별 좌담회

민왕기 기자  2009.08.19 1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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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로 인한 언론계 파장이 크다. 한국기자협회는 창립 45주년을 맞아 언론계 현업 3단체장을 초청,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13층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미디어 현안에 대한 특별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미디어법 논란 △MBC·YTN 민영화 문제 △신문의 방송진출 △지역언론 고사 위기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 좌담회 내용을 간추렸다.



미디어법 논란


   
 
  ▲ 전국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통과된 미디어법에는 절차적으로 하자가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한나라당은 치밀하게 직권상정 계획을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투표·대리투표·사전투표 등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러 절차적 하자가 생겼다. 통과된 것이 아니라 무산된 것이라 봐야 한다. 국민의 70%가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방통행 식으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민주주의 합의 과정이 생략됐다. 절차적 정당성에서 명분을 잃었다. 결론적으로 국민이 보기에는 특정 정당의 입장에 따른 날치기였다. 무엇보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밀어붙이지 않았나. 의회 민주주의 원칙에 매우 어긋난다.

△김덕재 한국PD연합회장=미디어법을 강행처리한 배경이 뭔지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같은 중대 사안이 아니라면, 사실상 이런 경우는 전례가 없다. 겉으로 드러난 미디어법의 요체는 신방겸영 등이지만, 한나라당은 미디어 법을 향후 집권에 중요한 수단으로 보는 것 같다. 지난 10년 간의 본격적인 민주화 역사를 미디어법 개정을 통해 뒤엎고 방향을 틀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MBC·YTN 민영화



   
 
  ▲ 한국PD연합회 김덕재 회장  
 
△김덕재=
정부의 의도는 단순히 신문의 방송진출이 아니다. ‘방송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논의’로 봐야 한다. 사실상 지난해 KBS 정연주 사장 해임조치가 그 시작이었다. 정 사장 해임을 위해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때부터 공영방송에 대한 압박이 구체적, 지속적으로 이뤄져왔다. 당시 단순한 방송장악 음모였다고 생각했지만, 일련의 과정이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까지 온 것을 보면 MBC·YTN 민영화, KBS 무력화 등 실질적 국영화를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최상재=현업 언론인들은 과거 공영방송이 꽃을 피웠다고 생각했지만, 정부와 여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공영방송이 실패했다고 규정하면서 KBS, MBC 등이 좌파방송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자신들보다 왼쪽에 서있으면 무조건 좌파로 규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구나 신자유주의가 큰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는 시점에 이명박 정부는 이를 강화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의료보험 민영화와 같은 맥락이다. 언론이 좀 더 가혹하게 민영화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언론정책을 졸속 진행하면 정권 교체시마다 방송·신문법 바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반복됐을 때 언론계 전체의 불행을 넘어 사회 전체에 큰 불행이 될 수 있다.



   
 
  ▲ 한국기자협회 김경호 회장  
 
△김경호=
현 정부 들어 유독 민영화 개념과 시장경제에 집착을 보이는 것 같다. 민영화가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것인가. 정부의 언론정책 담당, 학자 중에서도 미국식 교육받은 분들은 1공영 다민영 얘기를 한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다르다. 언론자유를 명문화하진 않지만, 연방법원·대법원에서 언론의 자유는 제약당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 선봉이다. 기본적인 역사적 뿌리, 내적인 구도를 도외시한 채 한국에 적용할 경우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정부는 민영화를 통해 자율과 경쟁이 작동할 것으로 보지만, 상업화가 가속될 경우 자칫하면 여론의 획일화, 전체주의화가 진행될 위험이 오히려 더 크다. 민영화 부분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고, 언론의 자유에 어떤 영향 미칠지 논의가 필요하다.

△김덕재=사실 정부의 미디어법 논의에 민영화는 포함되지 않았다. 미디어법에서 주로 다뤄진 것은 신방겸영과 대기업의 방송진출 등이었다. 정부, 국회 어디에서든 민영화라는 의제를 던진 적이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방향성을 볼 때, MBC와 YTN 민영화가 불 보듯 뻔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방송체제 개편이 주요 목적이었으면서도 그것을 의제로 삼지 않고 숨기고 있다.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심지어 나온 적도 없다. 사실상 국민들을 호도하고 속이는 것이다.

대형신문사 방송 참여
△최상재=정치적 목적에서의 신방겸영 허용이 시기적으로도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경제 위기상황에 기존 매체들도 존속이 어려운 상황인데 또다시 채널이 늘어나면 기존 사업자까지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종편·보도 채널 등 새롭게 시작되는 매체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미디어법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자들에게 특혜를 줄 가능성 크다. 더 큰 문제는 자금줄 확보를 위해 외국자본까지 보도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열었다는 것이다. 집권당의 기본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김경호=이미 우리는 다채널 시대에 살고 있다. 벌써 지상파 외에도 50여개 채널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사들이 종편에 참여하는 것이 맞을까. 신문의 강점은 콘텐츠 생산에 역량이 있다는 것인데 방송 진출로 국내 콘텐츠 생산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한다. 문화적 종속현상도 우려된다. 동남아의 경우만 봐도 1백여 개의 채널이 있지만 자국 고유 문화를 다루는 채널은 손에 꼽는다. 당장 채널을 늘리는 것 보다는 문화 주권, PP들의 자본력을 감안해 점진적으로 개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김덕재=신문이 방송에 진출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으로 미뤄 특혜 시비를 일으키면서까지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책에 실패하고 싶지 않을 테니 국민 부담을 늘려서라도 어떻게든 살려낼 것이다. 실제로 현재 논의되는 종편채널은 지상파보다 제약이 적다. 종편채널은 살아남기 위해 문화적으로는 떨어지지만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도채널은 정부 지원관계 속에서 비판적인 보도보다는 정부와 대기업 등에 호의적인 보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방송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최상재=신문사 재벌들이 노리는 것은 복합적인 미디어그룹 형태다. 보도채널 다음엔 지상파를 소유하려고 할 것이다. 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지역 언론사를 흡수하고 규모를 크게 키울 것으로 본다. 한 그룹 안에 다 집어넣어서 비용, 인력을 최소화해 경영효율화를 꽤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여론 다양성, 지역성 등이 자본 논리에 의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신문과 지역방송
△최상재=지역언론의 반발이 워낙 거세지니, 정부는 지역언론을 살리는 방법을 고려하겠다고 얘기한다. 사실 정권초기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역언론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밝혔다. “경쟁력 없는 언론사는 도태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소위 실세들이 했던 말이다. 이들의 시각에는 지역방송·신문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부적절하게 생존하는 언론으로 밖에는 안 보일 것이다. 민영미디어렙 강행 움직임, 중앙과 달리 유예조항 없이 지역신문·방송을 흡수통합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을 봐도 그렇다. 지역언론의 위상과 역할, 여론의 지역성이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과연 지역언론 정책이라는 것이 있나. 없다고 본다. 지역언론사들이 지금까지 경계를 해왔지만, 이 정도의 저항과 반발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언론정책을 캐묻고 그 실체를 지역에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경호=역사성을 가진 언론사들까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부분에 대해 우려한다. 중앙집권 체제에서 불거진 중앙지, 중앙방송의 지역 언론시장 잠식은 현재도 심각하다. 실질적으로 지역 언론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도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지역언론 문제를 시장주의로 접근하고 있다. 사각의 링에 사자와 여우를 올려놓고 싸우라는 식이다. 덩치 큰 놈이 당연히 이긴다. 그런 발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 민영미디어렙의 경우 지역방송에 치명적이다. 정부는 민영미디어렙이 지역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야 한다.

△김덕재=정상적인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언론이나 소수 종교방송 등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민주적인 사회를 이룬다. 그런데 시장의 이름으로 이것들 다 뭉개버리는 것인가. 시장의 속성에는 전체주의도 있다. 수많은 나라들이 그것을 막기 위해 제도·장치를 시행했는데 보완도, 논의도 없이 시장의 전체주의적 속성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나.
시장을 제어하는 기제가 전혀 남지 않는다면 여론 획일화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전체주의적인 경향을 우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상재=미디어법 중 특히 복수 신문소유 조항 삭제는 심각하다. 서울의 신문들이 지역신문을 계열화·체인화할 우려가 크다. 중앙에 종속되지 않은 신문사가 줄거나 위축됐을 때, 지역이라는 의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역 교육, 지역 경제 모두 무너지고 중앙화되어가는데, 최소한 지역언론이라도 있어야 이를 견재할 것 아닌가. 중앙 계열화·체인화되면, 지역 의제설정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지역 주민들이 언론보도에서도 소비자로만 전락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최상재=신발위 등 언론기구를 하나로 묶어서 문체부 장관이 인사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예상된다. 정부에 예속된 언론지원기관이란 언론인들을 손아귀에 넣고 주무르겠다는 시도 밖에는 안 된다. 논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지원금액 등 문체부의 심의를 받게 돼 있다. 진흥재단을 결정권한도 없는 형식적인 지원기구로 만들고 주요 인사는 정부 통제를 받는 이런 식이면 의미가 없다.

△김경호=언론재단은 한국의 언론을 더욱 발전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지원기구로서 출범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언론재단은 자기 권력화됐다. 언론에 지원을 한다기보다는 떡 하나 나눠주는 식으로 언론이나 언론단체를 대해왔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원개념이 맞지 않고, 권력화된 구조적인 문제점이 심각하다. 더구나 준정부기관이 특히 기자교육을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 사회주의국가라면 가능할 것이다. 정부기관으로 전락하면 언론인들의 재단에 대한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
△최상재=현 정부는 공공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언론이 공공의 영역이라는 이해도 없다. 산업 논리로 집권했다가 747 공약이 무너지고 대운하 좌절되면서, 다른 비전을 찾은 것이 ‘언론 손보기’까지 겸한 미디어산업인 것 같다. 이런 행태들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기반을 근본적으로 뒤 흔들고 있고, 20년 전으로 사회를 되돌리고 있다. 폭주기관차를 어떻게 견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고민이 많다. 유일한 브레이크는 국민들의 목소리와 힘이다. 이런 국민 목소리를 조직화하고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김덕재=공공성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이 제일 문제다. 사회를 정부와 국민의 관계로만 보고 있지, 공공 영역이라는 데는 아무 생각이 없다. 심지어 시민사회단체들까지 줄을 세우지 않나. 정부를 도와주는 단체냐, 아니냐를 가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다. 무지하지 않다면 파시즘이다. 기자협회, 피디협회까지 폭력시위단체로 만들 정도로 상당히 위험하게 흘러가고 있다.

△김경호=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사회가 좌·우,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이념 과잉인 부분이 있다. 다양한 생각과 철학이 공존하는 게 민주주의 사회다. 그러나 정부의 관점 자체가 내편 아니면 적이다. 극단적인 대립국면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 언론정책이다. 또한 정책결정 과정이 일부 충성파들에 의해 독점돼 있고, 그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언론정책으로 채색됐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언론정책을 만들지 못했다. 네편, 내편 나누니 소통이 안되고, 소통이 안되니 정책이 실패한다. 소수의 정책 담당자들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좌파에 떠넘긴다. 그러니 정책이 꼬였다. 이게 가속돼 민심과 동떨어지고 고립화됐다.
정리=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