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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장악 수순 밟기…민영화 '담금질'

방문진 새 이사진 친여 성향 인사 재편

김성후 기자  2009.08.05 15: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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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교체·프로그램 관여할 듯…일부 이사 ‘PD수첩’ 등 공정성 지적
엄기영사장 “정도 가겠다”…MBC 노조, 김우룡·최홍재 자진사퇴 요구


MBC에 비판적이던 뉴라이트 계열을 포함한 친여 인사들이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새 이사진에 대거 포진함에 따라 MBC는 프로그램 제작은 물론 경영 전반에 변화를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KBS와 YTN의 경우처럼 경영진을 교체하고 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이사들이 임명장을 받기도 전에 ‘PD수첩’, ‘뉴스데스크’ 등을 거론하며 편파·왜곡, 공정성 문제 등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달 31일 새로 구성된 방문진 이사진은 친여 성향 이사가 전체 9명 가운데 6명이다.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는 각각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한나라당 측 위원장과 위원을 맡았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정무분과위 전문위원을 지냈고, 차기환 변호사는 뉴라이트 계열인 자유주의연대 운영위원을 지냈다. 고진 전 목포MBC 사장, 한상혁 변호사, 정상모 전 MBC 해설위원은 민주당이 추천한 인물로 알려졌다.

새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하지만 최연장자인 김우룡 석좌교수가 유력시된다. 이민웅 한양대 명예교수의 ‘사전 내정설’ 폭로로 알려진 것처럼 최시중 방통위원장 등 정권 수뇌부들도 김 교수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지난해 ‘MBC 민영화론’을 주장했다. 최시중 위원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MBC는 공영인지, 민영인지 정체성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MBC 정명’ 찾기를 강조했다. 그는 7월9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새로 구성되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MBC를 민영화할지, 공영으로 갈지에 대한 논의를 MBC 구성원들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MBC 민영화는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사안이다. 대기업이나 보수 언론에 지상파 시장을 열어주기 위해 장기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지만 현실화하기엔 만만치 않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자산가치만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MBC에 거액의 돈을 투자할 보수언론이나 대기업이 있을지 회의적이다. 당장 이들은 방송법 개정으로 빗장이 열린 종합편성채널 진출도 버거워하고 있다. MBC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사장직을 지냈던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의 30%를 갖고 있는 한 민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MBC를 협박하기 위한 하나의 ‘구두선’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 방문진은 MBC를 정권에 우호적인 방송으로 만드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의 시작은 엄기영 사장 등 현 경영진 교체와 프로그램 개편으로 표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찌감치 청와대는 엄 사장 교체를 내비쳤다. 이동관 대변인은 지난 6월19일 PD수첩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직후 공개적으로 경영진 사퇴를 언급했었다. 경영진 교체의 명분은 상반기에 390억원에 달하는 경영 적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일부 프로그램의 편파·왜곡 보도를 부각시키는 데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라이트 성향의 신임 이사들은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속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최홍재 신임 방문진 이사는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처럼 한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사태에 대해 경영진이 책임있는 진상 조사를 했는지, MBC의 최근 경영상황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이고 대책은 있는지 등에 대해 시청자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며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차기환 신임 이사는 “MBC의 보도, 특히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의 경우 우리 사회 각계 각층에서 두루 신뢰를 받는 보도라고 보기 어렵다”며 “개인적으로 ‘보도의 신뢰성’ 회복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언론포럼 회장을 맡고 있는 최용익 MBC 해설위원은 “정권은 KBS처럼 사람과 프로그램을 교체하는 방법으로 MBC 장악을 시도할 것이다. ‘PD수첩’, ‘100분토론’, ‘뉴스후’ 등 정권이 불편해하는 프로그램을 약화시키거나 궁극적으로 폐지할 것”이라며 “직접적 퇴진압력을 받게 될 엄기영 사장의 의지와 MBC 노조 등 구성원들의 저항 정도에 따라 역학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엄기영 사장은 경영진 교체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3일 임원회의에서 “어느 정파, 어느 세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면서 “제가 앞장서 중심을 잡고 다른 어떤 고려나 선택 없이 다만 MBC에 맡겨진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실천해 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월 말 이동관 대변인의 경영진 사퇴 발언에 “부적절하다. 어처구니없다” 등 강한 어조로 반박했다.

MBC 노동조합(위원장 이근행)은 뉴라이트 인사들의 MBC 점령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노조는 5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새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하고 투쟁 수위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 “현 정권의 탄생과 정책 홍보를 위해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재벌과 조·중·동, 극우 보수 세력의 목소리를 높여온 인물이 다수 포함됐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