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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투표·대리투표·사전투표...끊임없는 논란

"의결 자체 불성립, 문제없다" vs "일사부재의 원칙 위반"

민왕기 기자  2009.08.05 14: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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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무효 논란 쟁점 정리

“투표들 다 하셨습니까? 투표를 종료합니다.” 지난달 22일 국회 본회의장.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방송법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하지만 총 2백94명 중 출석의원은 1백45명. 과반 의원 출석에 3석이 모자랐다.

방청석에서는 “부결”이라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부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2분도 채 안돼 “제출된 수정안에 대해서 투표를 다시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재투표를 선언했다. 김효재 한나라당 의원은 동시에 “종료하면 안돼요, 종료하면 안돼요”라고 외쳤다.

1분여 뒤 전광판이 꺼졌고 이 부의장이 뒤늦게 재투표의 이유를 설명했다. “재석 의원 부족으로 표결이 불성립돼 다시 투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이날 강행처리된 방송법엔 법적 하자는 없을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재투표, 대리투표, 사전투표 등 논란에 대해 첨예한 설전을 이어가고 있다.

재투표 논란
재투표의 적절성은 법학자들 간에도 이견이 상당할 만큼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은 “의결 자체가 불성립한 것이라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대법관 출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투표행위가 일단 끝났지만 표결은 종료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표결은 불성립이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이 가·부결을 선언해야 표결이 끝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선례를 들어 투표종료 선언은 했으나 투표할 의원이 더 있을 경우 재투표한 사례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1972년 7월31일 제8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선례는 “제8대 제82회 제17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백두진) 해퇴권고결정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으나 투표방법에 하자가 있다는 일부 의원의 이의가 있어 개표를 하지 아니하고 의장이 다시 투표할 것을 선포했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선례·관행일 뿐 국회법에는 재투표 근거조항이 ‘투표의 수가 명패의 수보다 많을 때’ 말고는 없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투표 종료를 선언하고 나서 의사정족수가 미달된 것으로 확인, 재투표를 얘기한 것이라 부결”이라며 “선언 이후 전광판에 새겨진 재석인원과 찬반 의석수는 개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선례들은 국회의 관행을 담은 것”이라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지킨 선례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김승환 한국헌법학회장도 “종결 선언 후 개표를 했을 때 출석의원이 반수에 미달될 때와 투표 참여 인원이 재적의원 반수에 미달할 때는 부결로 봐야 한다. 이번 건은 일사부재의 원칙(국회법 제92조)에 위반한다”고 해석했다.

김갑배 대한변호사협법제이사는 “방송법 표결에 있어서 재석이 재적의원 반수에 미치지 못했다. 이것은 가결된 것이 아니라 부결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대리투표 논란
민주당은 22일 신문법 처리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다른 의석에서 투표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7건의 국회방송 영상 기록물을 공개하며 대리투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사철 의원은 당일 오후 3시49분57초에 본회의장 단상 앞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같은 시간에 ‘재석’ 버튼이 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성의원이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좌석으로 걸어가 컴퓨터 스크린을 만지는 장면도 제시됐다. 나 의원은 당시 본회의장 내에 입장하지 못했지만 재석이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석에서 다른 의원이 표결 버튼을 누르는 장면도 공개됐다. 주 의원 역시 표결시각에 의장석 앞에서 민주당 의원을 저지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와서 재석버튼을 누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입증 문제를 들고 나왔다. 또한 나경원 의원 등의 좌석에 재석 버튼을 누른 것이 민주당 의원이라고 주장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대리투표를 한 표라도 확인할 수 있을지, 확인한다고 해도 의결정족수에 미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신문법은 15표, 방송법은 5표가 대리투표로 확인돼야 표결 결과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한 표라도 확인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전투표 논란
민주당은 이 부의장이 재투표를 공식선언하기 전 68명이 이미 투표를 끝냈다며 이를 정족수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 사전투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68표가 인정되지 않으면 방송법은 원천무효가 된다. 이 때문에 재투표 선언 시점이 어디냐가 문제다.

민주당은 이 부의장의 재투표 발언 중 재투표 사유를 설명한 마지막 발언을 재투표 선언 시점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첫 투표 이후 ‘투표를 다시 해달라’는 말이 시작된 첫 발언이 재투표 선언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방송법 재투표를 한 1백53명 가운데 이 부의장이 재투표를 선언하고 속기록에도 ‘전자투표’라고 표기된 공식적 투표 개시 이후 투표한 85명만이 법리적으로 효력이 있는 유효투표”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민주당이 인용한 이윤성 부의장의 발언은 재투표 선언이 아니라 투표 독려 코멘트”라며 “재투표 개시 선언은 이보다 앞선 ‘강승규 의원 외 1백68명으로부터 제출된 수정안에 대해 투표를 다시 해주시기 바랍니다’는 코멘트였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이에 대해 “재투표 선언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그냥 ‘투표해주세요’ 하는 것이 아니다”고 재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