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미디어법 최종 수정안을 내놓았으나 여론 독과점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이 21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한 미디어법 최종 수정안의 주요 내용은 △대기업과 신문사의 방송 지분 지상파 10%,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 30%로 제한 △2012년까지 방송 지분 소유는 허용, 최대주주는 불허 △신문사 방송 진출 시 경영투명성 자료를 공개, 정부 승인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 구독률 25% 이상일 경우 진입 금지 등이다.
지분 조정, 본질적 변화 없다 지분 제한은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했던 법안의 20%(지상파), 30%(종합편성채널), 49%(보도전문채널)에 비해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러나 거대 신문과 대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한 방송사 지배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구독률 25%가 넘는 신문사의 방송시장 진입 제한도 실제로 해당되는 신문사가 나타나기 어려워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의 ‘2008 언론수용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상위 3개지가 구독신문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59.7%로 나타났다. 조선은 25.6%, 중앙은 19.7%, 동아는 14.3%였다.
한 언론학자는 “신문 유가부수를 검증할 장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한나라당이 구독률 개념으로 대치한 것 같다”며 “구독률 산출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는 데다가 25%라는 수치의 근거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사후규제로 방송사업자의 시청점유율이 30%를 넘지 못하게 하고 신문의 방송 소유 겸영 시 구독률을 시청점유율로 환산한다고 규정했으나 이 역시 실제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매체통합점유율 산출 어려워 한나라당이 내놓은 시청점유율 제한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제시한 ‘매체 합산점유율 30%’를 좀더 구체화한 것이나 세밀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이 규제가 독일에서 사전 규제로 실시하고 있는 매체합산 점유율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매체합산 점유율 제한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 다만 1996년 제정한 방송국가협약 제26조에 따라 방송사업자가 여론지배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방송채널을 무제한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한 방송사업자가 연평균 전체 시청자점유율을 30%이상 차지하거나, 연평균 시청자점유율이 25%를 약간 웃돌더라도 신문 등 다른 미디어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일 경우 여론지배력을 갖는다고 추정해 신규 채널 설립과 지분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상설기관인 미디어영역집중조사위원회(KEK)를 설립해 방송사업자들의 시청자점유율 상한선을 조사한다. 신문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3분의 1 이상일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연방카르텔청이 타 기업의 인수·합병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중치 적용의 문제 등 때문에 매체 통합 점유율을 계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때 미국에서도 DI(Diversity Index)를 개발, 매체 통합 점유율을 산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FCC(연방통신위원회)가 이를 폐기했다는 것이다.
다만 각 매체별 점유율을 단순 합산해 일정한 제한선을 두는 것은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예를 들어 한 미디어기업이 신문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과 방송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더해 일정 선을 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역시 진입 자체를 막는 장치는 아닌 셈이다.
시청자점유율 제한 실효성 의심 또한 시청자점유율 30%를 넘는 국내 단일 방송사는 현실적으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지상파 방송의 시청점유율은 69%, 케이블TV가 32.7%였으나 2001년(지상파 82.7%, 케이블 9.7%)에 비해 지상파의 점유율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따라서 시청점유율 30% 제한은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거대 미디어기업이 등장하는 미래에서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