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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해도 모자란데…호소할 곳도 없다"

'신문고시 폐지' 위기감 속 신문판매 현장

장우성 기자  2009.07.08 13: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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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와 지국 간 수직적·불평등 구조도 문제

본사의 무한 경쟁 강요와 일방적 계약 해지에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유력 일간지 지국장의 비극을 다룬 다큐멘터리 ‘뉴스페이퍼맨-어느 신문 지국장의 죽음’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각종 영화제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이 영화가 화두가 된 지 1년 만에 공정거래위는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제어해왔던 신문고시의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 1년 후
미디어업계에서도 기자와 PD에 비해 약자이자 소수자의 처지인 신문판매 노동자의 현실에 주목했던 ‘뉴스페이퍼맨’의 김은경 감독은 신문고시 폐지 움직임에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조·중·동 지국장 중에도 그나마 신문고시라도 있어서 좀 낫다는 분들이 많았다”며 “고시가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하고 오히려 폐지에 이른다면 현장의 출혈경쟁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 과정에서 신음하는 신문판매 노동자들의 현실을 지켜본 그는 “시장의 자율적 경쟁을 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의 논리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지국장들은 개인사업자인데도 신문사의 타율적이고 강제적인 강요로 판촉경쟁에 내몰리는 것”이라며 “이를 자율적 경쟁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현장의 위기의식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현 정부 들어 신문고시가 유명무실해진 데다가 신문시장마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일선 판매현장의 판촉 경쟁은 더 극심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일선 지국장들이 개인적으로 쏟아 붓는 돈은 늘어난다.
아파트촌이나 주택가에서 신문 지국 직원들이 주민들에게 직접 돈을 돌리며 구독을 권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봉투에 넣어 돌리는 이 돈도 지국장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지국장 가족이 직접 경리와 사무를 보는 ‘가내수공업화’된 지도 오래다.
본사에서는 목표 부수가 달성됐을 때 한해서 확장지원금 조로 10~15% 정도만 보태준다. 부수를 못 채울 때 기다리는 것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계약해지뿐. 만성적인 적자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이다.

부수 마이너스-지국 계약해지 수순
유력 중앙 일간지의 한 지국장은 “신문고시도 그렇지만 본사와 지국 사이의 수직적·불평등한 구조가 더욱 심각한 문제”라며 “우리는 말만 개인사업자이고 사장일 뿐이지 본사의 횡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이 지국장 역시 부수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본사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계약해지 수순으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런데도 지국장들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호소할 곳도 마땅치 않다.
전국신문판매연대(위원장 김동조)가 벌이는 ‘클린운동’에도 일선 지국장들은 선뜻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조·중·동 지국장을 상대로 한 이 운동은 구독료의 20% 이상을 경품으로 지급하지 않는 등 신문고시를 자율적으로 준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은 가까워도 몸은 멀다. 본사에 밉보여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하면 결국 파산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김동조 위원장은 “신문고시를 폐지할 게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며 “공정거래위가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벌여 지국에 할당량이 목표 미달 시 페널티를 부과하는 관행에 최소한 시정명령만이라도 내려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밝혔다. 그는 “무한 판촉경쟁으로 신문의 값어치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며 “거품이 사라지고 신문이 제 값을 받는 문화가 정착될 때 회사도 살고, 지국도 살고, 독자의 선택권도 존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