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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저술활동'전문성 강화·미디어 영역 확장' 의미 커

회사 지원 등 '윈윈' 인식 전환 절실

장우성 기자  2009.06.24 15: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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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한 권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실천하기가 쉽지 않네요.” 입사 10년차를 넘어선 한 중앙 언론사 기자의 말이다. 기자는 글 쓰는 직업이다. 현실적으로 기자들이 책을 내기란 쉽지 않다. 기자로서 바쁜 일상 속에 책을 쓰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나 꾸준한 열정으로 틈틈이 저술활동에 매진하는 기자들도 적지 않다.

10~15권씩 책 낸 기자들도
이한우 조선일보 기자(출판팀장)는 현역 기자로서는 드물게 15권에 이르는 저작 리스트를 갖고 있다. 역저와 공저를 합치면 20권을 훌쩍 넘긴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한국인’. 그는 해석학, 정신분석학 등의 철학적 담론 틀 연구와 함께 우리의 역사, 인물에 대해 천착하고 있다. 2007년에는 태종, 세종 등 조선시대 군주들을 탐구한 6권짜리 ‘이한우의 군주 열전’을 펴내기도 했다. 그에게 저술 작업은 일종의 생활이다. 그는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교집합을 찾으며 일관되게 저술활동을 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10년 정도는 연구할 아이템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정철훈 국민일보 기자(인물팀장) 역시 다작(多作)을 한 축에 속한다. 문학 전문 기자인 그는 최근에 출간한 ‘뒤집어져야 문학이다’를 포함해 기자생활을 시작한 뒤로 10여 권의 책을 냈다. 그의 첫 저작은 1995년에 낸 ‘소련은 살아있다’. 그 뒤로 1년6개월에 한권 꼴로 책을 써왔다. “책과 기자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자기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면에서도 기자가 10년 정도 경력이 되면 저술활동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됩니다. 그러나 스스로 소명의식이나 열의를 갖지 않으면 책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정치·문화·예술·여성 등 다방면을 섭렵한 책을 내고 있는 조성관 주간조선 기자도 기자생활 21년 동안 10권의 책을 냈다. 최근에는 ‘카프카에서 스메타나까지-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이란 책을 펴냈다. 재작년에 낸 ‘클림트에서 프로이트까지-빈이 사랑한 천재들’의 연장선에 있다. 조성관 기자는 당분간 세계의 도시 기행 시리즈 저술을 이어갈 계획이다.

저술은 미디어의 영역을 확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정철훈 기자는 “신문과 방송이 집단적 미디어라면 저술은 1인 미디어”라고 정의했다. 회사의 편집방향에 의해 가공되는 뉴스가 아닌 현장에서 생성되는 신선도 높은 뉴스를 축적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광장은 있으나 언론에는 광장의 이야기가 없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부분이다. 단발 뉴스에 매달리다 보면 기자는 현장에서 멀어진다. 그는 “퓰리처상을 받은 보도 대부분은 현장성과 깊이에 강점이 있다”며 “그것이 우리 언론이 부족한 부분이며 저술은 그 공백을 메워줄 수 있다”고 밝혔다.

책쓰기를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호 MBC 기자는 자신의 저술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의 인세를 전액 ‘아름다운 재단’에 기탁해 공익제보자를 돕는 기금인 ‘소금창고’로 조성했다.

책쓰기, 자녀교육에도 도움

그러나 기자들에게 책쓰기는 일종의 ‘허들 레이스’다. 거쳐야 할 난관이 많다. 우선 시간의 부담이 크다. 취재와 마감에 쫓기고, 가족에 대한 부채의식이 조여 온다. 그러나 과연 시간 때문에 못 쓰는 것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조성관 기자는 “기자들은 술을 마시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정력, 체력을 낭비하는데 이것만 좀 줄여도 여유가 상당히 확보된다. 노력하면 휴일에도 책을 읽고 지성의 지평을 넓히는 데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 교육과 가정생활에도 도움이 된다. 부모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학원 수업보다 값진 ‘산교육’이라는 말이다.

기자들의 저술을 장려할 수 있는 회사 측의 인식 전환과 언론계 전체의 배려도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취재는 안하고 책만 쓰나”라는 곱지 않은 시선은 기자들의 저술작업에 걸림돌이 된다. 저술활동을 벌이는 기자들에게 시간적·업무적 배려를 하는 회사 차원의 혜안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책쓰기를 가욋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깊이있는 콘텐츠를 확보하는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한우 기자는 “자신과 회사의 관심사가 일치하면서 ‘윈윈’할 수 있는 저술 아이템을 기획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