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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기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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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25일 당시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출입기자 브리핑에서 “KBS 사장 임명권은 물론 해임권도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까지 동원해 정연주 사장 퇴진을 밀어붙였으나 여의치 않자 초법적인 해임 카드를 꺼낸 것이다. 신 차관이 해임 가능성을 내비친 뒤 한 달도 안 된 8월11일 정 사장은 결국 해임됐다.
이번에는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나섰다. 이 대변인은 19일 검찰의 MBC ‘PD수첩’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 “이런 사건이 외국에서 일어났다면 경영진이 사과하고 총사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익명을 요구하는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태로 청와대의 기류를 전달했던 이 대변인의 공개적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사실상 청와대가 엄기영 사장을 포함한 MBC 경영진에 대한 물갈이에 착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기소를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가 MBC 경영진 사퇴를 언급하고 이에 화답하듯 한나라당 의원 40명이 23일 엄 사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검찰은 지난 18일 MBC PD수첩 조능희 CP(책임프로듀서) 등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제작진 의도에 맞게 사실을 왜곡하고 광우병 위험성을 과장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대목이 30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PD수첩 보도는 사소한 실수가 아니라 악의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특히 검찰은 PD수첩 주 작가인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내용 일부를 공개해 PD수첩 보도가 순수한 언론보도가 아닌 ‘정치적 의도와 목적’이 있었음을 극대화했다.
올 1월 수사를 지휘하던 임수빈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무혐의 의견을 피력하다 수뇌부와 마찰을 빚고 검찰을 떠났다. 당시 그는 이 사건이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고 제작진 체포 등의 강제수사는 필요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부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은 서울지검 형사6부에 사건을 재배당하며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PD와 작가를 체포하는 고강도 수사를 벌인 끝에 기소에 이르렀다.
언론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PD수첩 제작진 기소에 이은 청와대의 MBC 경영진 교체 발언으로 MBC를 친정부 매체로 만들기 위한 정권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한다. 오는 8월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친정부 인사로 선임한 뒤 MBC 경영진 해임을 추진한다는 시나리오다. 방송개혁시민연대 등 보수시민단체와 일부 신문들이 PD수첩 수사 결과 발표 이후 MBC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본부장 이근행)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이명박 정부의 MBC 장악시도를 항의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가질 계획이다. MBC 본부 문소현 홍보국장은 “정치검찰의 일방적 수사 내용만을 가지고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공영방송 경영진 퇴진을 운운하는 것은 MBC마저 손에 넣겠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