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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언론계 인사는 이병순 KBS 사장이 처한 작금의 상황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이 인사는 “쇄신 요구를 들어주자니 밀려서 했다는 주변의 시선이 따갑고 안 들어주자니 불길이 어디로 번질지 모르고 참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방송과 관련해 폭발한 국민적 반감을 해결하기도 전에 안으로는 연봉계약직 계약해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오는 11월 연임을 염두에 둔 그로서는 최대 악재를 만난 셈이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경영 성과를 내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주 전 사장이 표면적으로 적자경영을 이유로 해임됐던 터라 그가 경영을 중시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는 매달 경영수지 동향 보고회의를 열어 수지상황을 점검할 정도로 경영적자 해소에 주력했다.
하지만 KBS의 경영적자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5월까지 KBS의 적자규모는 39억원. 당초 예상했던 237억원보다 198억원 줄었다고 KBS는 설명했지만 지역청사와 중계소 부지 매각대금을 포함할 경우 적자 폭은 훨씬 늘어날 것이라는 게 노조의 반박이다.
가시적인 경영 성과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러 난제가 잇달아 터졌다. 먼저 그가 임명한 보도·제작국 간부들이 기자와 PD들에게 불신임을 받았다. KBS 안팎에서는 이번 투표가 ‘이병순 사장 체제’ 10개월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도 내색은 않고 있지만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봉계약직 사원 처리 문제는 폭발성이 큰 사안이다. 노조가 연봉계약직 전원 구제를 촉구하며 전면에 나선 데다 계약해지에 따른 대량해고가 현실화될 경우 사회적 파문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200여명의 계약해지 대상 가운데 90여명을 자회사로 수용하는 쪽으로 한걸음 물러났다.
이 사장이 최근 많이 달라졌다는 내부 전언이 잇따르고 있다. 질타와 엄격한 책임추궁으로 유명한 이 사장이 간부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것. 외부의 비우호적인 여론과 내부 반발을 의식하는 행보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11월 연임을 희망하는 그로서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노조까지 나선 마당에 문책 요구에 화답해야 하고, 계약직 문제도 아직까지는 현재진행형이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이병순 사장에 대한 정권의 평가는 고정적이지 않다. 상황에 따라 바뀐다”면서 “쓸 만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이 사장의 고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