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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순 KBS 사장이 지난달 27일 유광호 부사장, 이동섭 경영본부장 등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KBS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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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순 사장을 주축으로 한 KBS 경영진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커지고 있는 KBS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80년대 ‘땡전뉴스’의 오명을 어렵게 씻고 ‘신뢰도·영향력 1위’의 미디어로 성장한 KBS가 시청자들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지만 경영진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식의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이 사장이 노 전 대통령 서거 방송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 5일 노사협의회 자리. 이 사장은 이날 “현장의 기자와 PD 등 사원들이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수가 생긴 데 대해서 대표로서 부끄럽고 아쉬움을 느낀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교훈을 챙기는 데 회사 경영진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시청자 사과와 책임자 문책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러면서 “방송 이외에 어떤 의도적인 점이 고려되지는 않았다”면서 KBS 안팎에서 일고 있는 시청자 사과와 책임자 문책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PD협회 등 신임투표 중단 종용KBS 경영진은 내부 구성원들의 쇄신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한편으로 기자협회 등이 벌인 신임투표에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대응하고 있다.
경영진은 지난 4일 기자협회와 PD협회에 공문을 보내 “신임 투표는 단체협약상 근거가 없는 행위다. 계속 진행할 경우 관련 규정에 의거해 엄중히 조치할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김덕재 PD협회장은 “사측이 ‘사규 위반 행위’ ‘형사 고발’ 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며 투표 중단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경영진은 KBS에 대한 국민적 반감과 불신의 원인을 노 전 대통령 서거 방송에 국한해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노 전 대통령 서거 방송을 가장 많이 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것은 최근 사태에 대한 경영진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거 방송에 대한 안팎의 비난 여론에 KBS가 할 만큼 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KBS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기저에는 이병순 체제 10개월 동안 누적돼 온 총체적 문제가 서거 방송을 통해 발현된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김경래 기자는 지난 4일 발행된 ‘KBS 기자협회보’에서 “지난해 정권이 교체된 이후 사장 교체와 시사 프로그램 폐지, 대통령 연설 방송 등 KBS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사건들로 쌓인 시민들의 불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꺼번에 폭발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태 심각성 외면 ‘시간 벌기’KBS 경영진이 일선 기자, PD들과 시각차를 보이는 것은 경영진이 처한 현실에서 연유한다. 11월 사장 임기가 끝나는 이 사장은 연임을 염두에 두고 있다. 현 체제에 대한 비판과 반성은 10개월 동안 쌓아올린 자신의 성과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연임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또한 자신이 임명한 보도 제작간부들을 문책할 경우 리더십에 손상이 갈 수밖에 없다. 기자협회와 PD협회 등 직능단체에 끌려갈 수 없다는 현실적 계산도 깔려 있다.
무엇보다도 경영진은 최근 사태를 심각하게 보지 않거나 애써 외면하려 하고 있다. 기자와 PD들의 목소리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비판 여론도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 것이라는 판단을 하면서 시간 벌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사장은 연임을 위해, 경영진은 자리에 연연해서 공영방송 KBS가 시청자들의 신뢰를 잃어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병순 사장의 유감 표명은 현 상황을 어물쩍 넘기려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면서 “공영방송 사장답게 KBS 구성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당당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