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북한 후계구도 보도 '받아쓰기 저널리즘'

사실 확인되지 않은 정보 여과없이 전달

곽선미 기자  2009.06.10 14:21:58

기사프린트

첩보 수준의 북한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전달돼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언론들의 후계 구도와 관련한 보도행태는 ‘받아쓰기 저널리즘’,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언론들은 북한의 후계구도를 집중 보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인 김정운씨가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5월 초부터 서서히 거론됐던 ‘김정운씨 후계자설’은 지난 1일 국정원3차장이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권력세습’ 내용을 알리면서 본격적으로 보도되기 시작했다. 통일부 현인택 장관도 4일 사실상 이를 사실로 인정하는 발언을 해 후계자설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김정운 후계자설은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의 정보다. 미국도 지난 2일 “아직까지 사실로 파악된 게 없다”는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국내 북한전문가들도 미국의 입장과 같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기사는 대형 오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반도전문기자로 활동한 남문희 시사IN 편집국장은 “김정운 후계자설은 그 근거나 실체가 약하고 의문점이 많다”며 “지난해 말까지 거의 없던 정보들이 갑자기 엄청나게 쏟아지는 데 대해서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국장은 지난 2004년까지 차남인 김정철씨가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된 바 있으며 최근까지 그가 2인자 자리인 당조직지도부 종합제1부부장에 올라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는 이유를 들어 김정운 설을 단정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김정운씨에 대한 보도들이 신변잡기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언론들은 외신의 보도를 인용해 그가 “만화를 좋아하는 남한 학생과 친했고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팬이었다”, “한국 가요를 즐겨 불렀다”는 등의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언론과 정부 당국의 정보 수집력은 그의 실물 사진을 확보하지 못해 11세 때의 사진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북한 당국이 김정운씨의 후계 선정 사실을 담은 외교 전문을 해외주재공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던 국정원의 발표도 여전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의 후계 구도를 사실인지 확인하고 분석하는 기사를 쓰는 대신 외신을 받아 흥밋거리 위주로 보도하는 것은 기사의 집중도를 높이려는 상업적 의도라는 비난을 살 가능성이 높다. 한 국가의 국격이 달린 문제를 ‘황색 저널리즘’으로 접근하면 북한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쏟아내는 정보를 여과없이 보도한다는 비판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 언론본부 고승우 정책위원장은 “북한의 권력 엘리트 집단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권력 세습 측면에서 접근하는 논리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핵과 남북(개성공단 등) 문제를 같은 사안으로 접근해서도 안된다”면서 “노무현 서거 정국을 덮기 위한 안보 불안 조성인지 여부도 언론이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