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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블로그도 노 전 대통령 추모 물결

조선·중앙 기자들 추모글 잇달아

장우성 기자  2009.06.03 14: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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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김요한 기자 “무책임한 칼 휘두르지 않겠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조중동, 당신들이 원한 것이 이것이었나”라고 말했다. 또한 “재판 결과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언론과 검찰은 핑퐁게임하듯 주고받았다”며 언론 전체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생전에 영원한 대립관계였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자블로그에도 그의 서거를 맞아 추도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기자들의 자기 비판의 글도 잇따랐다.

“젊은 노무현, 그를 추모한다”
조선일보 박종인 기자(인터넷뉴스부)는 자신의 블로그에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부터 5개의 게시물을 연이어 올렸다. 서거 소식이 전해진 첫날 박 기자는 고인의 인권변호사 시절 흑백사진과 함께 ‘젊은 노무현, 그를 추모함’이라고 올렸다. 25일에는 ‘별들의 부음과 젊은 노무현’이란 게시물에 곽재구 시인의 시 ‘사평역에서’와 함께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그 황망함 속에 무슨 애증이 필요한가. 판단과 냉정한 평가는 한참 나중이다. 나에게 잊혀진 지 오래인 젊은 노무현이지만, 최소한 한동안은 그를 추모한다. 내가 추모한다기로서니 저 아래 혹자는 나더러 욕을 하고 혹자는 나더러 공감을 하고 있다. 나는 여기 가만히 있는데, 웬 바람이 이렇게 부나.”
28일에는 손수 편집해 만든 1분29초짜리 추모 동영상 ‘가는길’을 올리기도 했다.

박 기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대학 시절 처음 본 젊은 노무현을 좋아했다. 패기 있고 올곧게 자신의 소신을 펼치는, 금기를 깨뜨리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며 “서거를 맞아 내가 좋아했던 그를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화부에서 클래식음악을 담당하고 있는 조선 김성현 기자는 영결식이 열린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면에 실은 ‘기자수첩’과 함께 2002년 가을 미선 효순양 관련 시위가 한창이던 거리에서 취재하면서 보았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회고하기도 했다.

“도전자로서 매력적이었던 노무현”
“그는 도전자로서 누구보다 매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챔피언이 된 이후에도 같은 미덕을 보여주었는지,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라는 말이 행여 자기 자신을 옥죄지는 않았는지 오늘만은 묻지 않기로 합니다. ‘누구의 상가에서든, 상복은 검고 국화는 희다’면 말이지요.”

조선일보의 자매지인 월간 ‘산’의 박정원 기자는 ‘풍운아 노무현, 왜 산에서 생을 마감했을까’란 글에서 “산은 모든 것을 포용한다. 산은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산은 항상 거기에 있다. 그도 산에서 한국의 발전된 모습, 깨끗해진 모습을 항상 그 산에서 지켜볼 것이다. 진정 그것을 바라지 않을까 싶다. 진심으로 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자블로그에도 노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글이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중앙 김 모 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올렸다. 모 대학에서 강의 중인 그는 고인의 서거 전날 학생들에게 유명 인물이 갑자기 죽었다고 가정하고 기사를 쓰는 과제를 내줬다. 과제 마감 다음날 서거 소식을 들었고 “혹시 노 전 대통령을 소재로 쓴 사람은 없을까” 노심초사했으나 다행히 그런 학생은 없었다. 그는 “일 주일 내내 마음이 찜찜했다. 그리고 왠지 고인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썼다. 그리고 같은 날 안도현 시인의 노 전 대통령 추모시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를 올렸다.

중앙 신경진 기자는 ‘고 노무현 전대통령…사건, 경험 그리고 신화’라는 글에서 “결국 ‘노무현’의 역사적 평가는 앞으로 오랜 세월을 거치며 극과 극을 오갈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사건’으로 그는 인색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경험’으로서 그는 우리 국민에게 많은 선물을 줬습니다. 이제 그는 ‘신화’의 단계에 들어섰습니다”라고 평가했다.

중앙 이코노미스트의 이필재 기자는 25일 밤 정동길을 걸으며 느낀 편린을 ‘죽은 노무현’에게서 취할 것들(Something From Roh)’이란 제목의 글로 블로그에 올렸다. “노무현에게는 있었고 이명박에게는 없는 것, 그러면서 다수의 국민들이 바라는 것들을 취해야 한다. 노무현은 무엇보다 국민들과 소통하려 한 대통령”이라고 썼다.

“김구와 노무현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중앙 중국연구소의 한우덕 기자는 상하이 특파원을 지내던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를 떠올리며 당시 쓴 에세이를 소개했다. “김구 선생이 청년 윤봉길에게 도시락 폭탄을 싸준 지 71년이 훌쩍 흐른 2003년 7월. 상하이 임시정부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다. 노 대통령은 김구 선생이 윤봉길 의사를 사지로 보내던 바로 그곳에서 김구 선생을 만나게 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구 선생께서 이루지 못한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꼭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김구의 꿈, 노무현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한 기자는 물음 뒤에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을 인용했다.

한 검찰 출입기자의 블로그 고백도 눈길을 끌었다. 입사 3년차인 SBS의 김요한 기자는 언론의 검찰 보도에 대해 자성하면서 ‘책임지지 않는 언론’이란 이름의 글을 올렸다. “당장 명쾌한 해답을 얻어낼 수 없는 문제지만, 남은 기자생활 동안 대안을 얻어내려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게 쥐어진 큰 칼을 무책임하게 휘둘러대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