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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안팎 이병순 사장 책임론

정부 눈치보다 막다른 골목 몰려…시청자 사과·책임자 문책 목소리

김성후 기자  2009.06.03 13: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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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KBS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높아지면서 공영방송 KBS의 위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기자, PD 등을 중심으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병순 체제 1년의 KBS에 대한 총체적 평가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책임 소재가 이 사장으로 모아지는 형국이다. 

불신, 반감 그리고 비난

KBS 내부가 요동치고 있는 것은 현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 추모 기간 광화문 돌담길과 인터넷에는 KBS를 비난하는 문구들이 가득 찼다. 중계차는 봉하마을과 덕수궁 대한문, 서울광장에 접근하지도 못했다. 물병이 날아들고 멱살잡이가 이어지면서 기자들은 KBS 로고를 숨기고 취재했다. 보도국 한 기자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한 사원은 내부게시판에 “촬영기자들은 KBS 카메라가 아닌 것처럼 촬영했고 중계 스태프들은 다른 방송사 직원인양 몸을 숨겨 가며 녹화를 진행했다”며 KBS를 KBS라고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답답함을 내비쳤다.

KBS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비판과 원성은 KBS뉴스9의 시청률에서 드러난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KBS뉴스9의 시청률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 국면 동안 서울 등 수도권에서 3번, 전국에서 1번 MBC뉴스데스크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과 29일에는 수도권에서 뉴스9 시청률은 12.9%와 14.5%로, 각각 14.5%와 16.1%로 나온 뉴스데스크에 밀렸다. 뉴스9의 시청률이 뉴스데스크에 역전된 것은 거의 10년 만이다.

누적된 불만 한꺼번에 터져

KBS 보도에 대한 불신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2월 용산참사가 터졌을 때 KBS 기자들은 현장에서 쫓겨났다. 유족들은 ‘KBS를 믿지 못하겠다’며 극도의 불신을 드러내며 KBS와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런 모습이 이번에는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KBS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KBS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면서 ‘관제방송’이라는 이미지가 KBS에 덧씌워지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떨쳐낸 80년대 ‘땡전뉴스’의 오명이 KBS 주위를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BS PD협회(회장 김덕재)는 1일 성명에서 “지난 10년간 ‘땡전뉴스’의 오명을 씻고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라는 금자탑을 이룬 KBS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라고 되물었다. 김현석 KBS 전 기자협회장은 “신뢰를 쌓기는 힘들어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의 KBS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병순 1년의 총체적 평가”
이른바 ‘그림자 행보’를 거듭하던 이병순 사장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PD협회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이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에 있다며 시청자 사과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기자협회는 이 사장이 임명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결의했다. ‘이병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이병순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KBS는 권력 비판이라는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하게 받았다. 연임을 염두에 둔 이 사장이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다각도로 뛰고 있다는 내부 전언도 있었다. 연임 얘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그가 연임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사장의 임기는 정연주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오는 11월까지다. KBS 노조위원장을 지낸 현상윤 PD는 지난달 31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인사권을 움켜쥐고, 감시체제를 복원하고, 제작 자율권을 짓밟는, 권력의중에 충실한 이병순 사장을 그대로 두고서는 KBS에 희망은 없다. 우리는 이병순 사장에게 준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