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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어디에도 자성은 없다

[신문 사설 분석] 인신공격·성토 일삼다 이제는 '네탓이오'

곽선미 기자  2009.05.27 15: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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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검찰 수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언론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도를 표하고 검찰 수사를 질타하고 나섰지만 정작 자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수신문들은 지난 3월 말과 4월 중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 과정에 인신 공격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수사와 관련해 3월25일부터 4월23일까지 모두 15개의 사설을 썼다. 조선은 이 기간 동안 검찰의 강력한 수사를 주문했다. 4월 중순에는 박연차 게이트의 모든 책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노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에 대해서 조선은 3월25일 사설에서 “‘아무 것도 모르는 시골 노인’이 아닌 ‘서울 사람 뺨치는 약은 노인’”이라고 적었다. 4월15일자 사설에서는 강금원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친노 건달들”이라고 표현했다. 4월21일자에서는 “국민 속 뒤집는 노 비리”라고 폄훼했다.

조선은 4월23일 돌연 불구속 수사를 주문하며 “상당수 국민은 노 전 대통령이 탄압받는 약자의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모종의 법정 드라마를 준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수사팀이 많은 증거를 확보해 공소 유지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데도 상층부가 몸을 움츠린다면 ‘정치적’이라는 오해를 산다”며 노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동아는 인신공격적인 표현이 많았다. 동아는 4월24일자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이 4월22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노무현 도덕성 파산선언”이라고 적시했다. 5월11일자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를 일러 “전직 대통령 부부의 ‘잡범’ 같은 말 바꾸기”라고 맹비난했다.

중앙일보는 유죄를 단정하는 표현을 썼다. 4월1일부터 26일까지 관련 사설을 모두 8건 쓴 중앙은 4월14일자에서 “유죄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없다”며 유죄를 단정하는 듯한 입장을 나타냈다. 제목이 아닌 본문에서 “노무현”이라고 반말 투로 적은 글도 있었다. 중앙은 4월26일자에서 “노무현의 소환이 더 서글픈 것은…전직 대통령 노무현은 역사적 범죄자·배신자”라고 썼다.

그러나 이들 매체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일제히 애도의 글을 싣고 검찰의 지연 수사, 강압 수사를 질타하고 나섰다. 조선은 24일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지나친 점은 없었는지, 후회되는 점은 없는지 돌이켜 점검해봐야 한다”고 했다. 중앙은 25일 애도를 표한다고 전제한 뒤 “정당했던 언론의 비판을 감정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아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예로 들며 “‘정치적 타살’이니 ‘제2의 촛불’이니 운운하며 자극적이고 선동적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다”며 “노 전 대통령이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듯이…국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면서 언론에게 화살이 돌아오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이 같은 양상은 문화, 한국, 세계 등 중도를 표방하는 다른 매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진보 신문들도 이른바 ‘벌떼 저널리즘’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보수언론과 정권의 프레임에 갇혀 검찰 수사 등에 제대로 된 비판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겨레와 경향은 현 시점의 사설에서 정치적 보복성이 짙은 검찰 수사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과거 사설에서 이 같은 논조를 찾기는 힘들다.

한겨레와 경향은 4월 한 달간 5~7건에 달하는 사설을 쓰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 주변의 추한 모습’ ‘노 전 대통령, 국민 가슴에 대못 박았다’ 등의 사설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검찰 수사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서거 소식 직후 “검찰 수사 무리수 없었는지 되돌아봐야”한다고 논평한 경향도 4월21일 사설에서 “검찰이 흠집 내기에 골몰하는 인상을 풍긴다”며 의혹 제기 수준에 그쳤을 뿐 문제점을 따지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