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에 잇따른 사진특종이 화제다. 상황을 반전시키고 국회일정을 48시간여간 중단시킬 정도로 파장도 만만찮다.
먼저 이기원 조선일보 기자의 ‘박살 메모’는 김경재 민주당 의원의 ‘파파라치’ 발언을 불러 사진기자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사건으로까지 번졌다.
지난 2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들은 곳곳을 렌즈로 주시하는 데 한창이었다. 기자들 사이에서 때아닌 ‘메모 잡기’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지난달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이한동 국무총리에게 보낸 ‘아니꼽더라도 참아라’는 메모가 공개됐고, 검찰수뇌부 탄핵표결안을 앞둔 시점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전달된 ‘자민련 지도부 동향’ 메모도 잇따라 보도된 터였다.
이기원 기자는 취재기자들이 마감에 바쁘고, 사진기자들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오후 3시 경 다시 한번 회의장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윽고 4시쯤 한켠에서 누군가가 몸을 일으키더니 한 의원에게 쪽지를 건네줬다. 본능적으로 디지털카메라의 셔터를 눌렀고 바로 확인했더니 ‘오늘 김용갑이 미친 발언을 하면 박살을 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기자는 “처음엔 누군지도 모르고 무작정 찍었는데 찍고나서 확인해보니 메모를 받은 사람이 김 의원이었다”고 말했다.
채승우 조선일보 기자의 사진은 ‘한전노사 극적 타결’ 국면을 ‘이면합의설 논란’으로 바꿔 놓았다.
노사협상 타결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지난 3일 밤 10시경. 회의실 옆방에서 문을 잠근 채 막후협상이 한창이었을 때 창문 블라인드 밑으로 틈새가 엿보였다. 취재기자의 요청에 채 기자는 카메라를 들이댔고, 찍어보니 ‘합의문’이라는 제목과 함께 내용이 선명하게 잡혔다.
방송사부터 일제히 협상타결 속보가 나갔고 이때까지 누구도 이면합의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채 기자는 “회사에 들어와서 마감하고 난 후 기사를 보니까 임금인상 얘기가 없었다. 뭔가 다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4일부터 편집국에 이면합의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조선일보는 5일자 신문에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다뤘다. 채 기자는 “치밀하게 준비해 특종을 한 것도 아니고, 찍고 나서도 상황이 그렇게 바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들 기자들은 또 디지털카메라의 기능과 관련 “일반 카메라보다 망원효과가 통상 1.5배 정도 뛰어나다. 찍고 나서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