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공정보도 요구에 징계의 부메랑이 잇따라 날아들고 있다. 경영진은 속전속결 징계 절차를 밟고 그 내용은 정권의 사법처리 수위를 뛰어넘는다. 징계의 칼날은 공정방송이라는 뉴스 본연의 가치를 지키려는 기자들을 점차 옥죄고 있다.
MBC는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에 반발하며 제작거부를 벌인 기자 3명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당초 11일 인사위에서 감봉 6개월의 징계 조치를 결정했으나 엄기영 사장이 “과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13일 재심이 열린다.
최혁재·이성주·김연국 기자가 인사위에 회부된 것은 지난달 9일부터 16일까지 벌인 제작거부 때문. 이들은 기자회장, 보도본부 평기자·차장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을 각각 맡아 앵커교체에 반대하는 기자들의 제작거부를 주도했다.
징계 당사자들은 인사위에 참석해 “조직원으로 회사의 명령체계를 존중하지만 우리가 행동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었고, 정당성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 사장이 재심을 요청한 만큼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볍든, 무겁든 징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정보도를 지키려는 기자들의 의지를 징계하겠다는 것이 경영진의 뜻이라면 우리 모두 ‘그 징계’를 달게 받겠다”며 경영진의 징계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앞서 KBS는 올해 초 양승동 PD, 김현석·성재호 기자를 파면·해임하는 등 ‘KBS 사원행동’ 지도부 8명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이병순 사장 교체 과정에서 이사회를 방해한 이유로 들었다. 경영진은 근무기강 문란과 폭력 행사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임기가 보장된 정연주 사장을 무리하게 몰아내려고 KBS 사옥에 경찰 병력까지 동원해 이사회를 강행하는 것을 저지했을 뿐이었다.
KBS기자협회와 PD협회 등이 ‘부당징계’라고 반발하며 제작거부 투쟁을 벌이자 경영진은 파면됐던 양 PD와 김 기자는 각각 정직 4개월, 성 기자는 정직 1개월로 낮추는 등 징계수위를 경감했다.
YTN은 지난해 10월 기자 6명을 해고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구본홍 사장 등 YTN 경영진은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비롯해 6명을 해고하고 6명 정직, 8명 감봉 등 33명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렸다. 1987년 이후 전무후무한 해직사태로, 한 원로 언론인은 “1987년 이전 상황을 방불케 하는 절망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경영진의 징계사유는 인사명령 거부와 업무 방해.
노조 지도부가 체포되고 위원장이 구속되는 등 최악으로 치달았던 YTN 사태는 노사가 ‘고소·고발 취하’와 ‘파업 철회’를 골자로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최근 경영진이 조합원 지 모씨에 대해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리면서 기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은 “권력의 노골적인 방송 장악 시도에 맞서 싸우는 것은 공공재인 방송의 사회적 책임”이라며 “정치권력의 외압에 맞서 싸우는 기자들을 경영진이 사규를 들어 징계하는 것은 정권의 방송 장악에 부역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