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공사의 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잡지에게만 정부 광고를 주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우려를 표시하는 신문사들이 많다.
본보가 12개 중앙 일간지를 대상으로 문화관광체육부의 방침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대부분은 정부의 방법론에 비판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신문시장의 혼탁상이 가열될 것을 경계했다.
한겨레 “시장 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한겨레는 가장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한겨레는 7일자 사설 ‘본말 전도된 정부광고-ABC공사 연계’에서 “문화부의 발표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그동안 부수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를 파악하는 데서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판촉 과열경쟁이 난무하는 한국 신문시장의 혼탁상 △ABC공사의 공신력 의문 △여론다양성 위축과 시장지배적 사업자만 강화 우려 등을 이유로 들며 “공정한 판매시장 질서 구축과 공사기관의 신뢰성 회복”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웠다.
그 밖의 신문사들은 공식적인 논의는 없었으며 앞으로 좀더 지켜보겠다는 전제를 달았으나 일단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수였다.
중앙일보 유권하 기획팀장은 “신문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총론은 알겠지만 ABC공사제도가 10여 년 동안 정착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정부의 이 같은 일방적인 결정은 문제가 있다”며 “ABC협회 자체가 회원사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정비가 되지도 않은 채 정부가 시한을 정해 밀어붙이기 식으로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 육철수 경영기획실장은 “대부분 신문사들이 부수 공개에 동의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시기상조”라고 했다.
정부가 개입해 신문시장을 바로잡겠다는 것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있다.
동아일보의 한 관계자는 “신문시장을 투명화한다는 원칙은 인정할 수 있지만 정부 광고를 매개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내일신문 남봉우 편집국장도 “현 정부가 지금 시점에서 이 제도를 추진하려는 의도는 결국 ‘마이너신문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다”며 “언론사 스스로 자정하고 도태되게 하는 것이 맞으며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는 것은 신문을 장악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신문사의 경영 상황에 악재가 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김광현 부장은 “시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신문사들이 불황을 맞아 부수를 줄이는 추세였는데 정부 방침이 시행되면 다시 덩치 키우기 경쟁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정호원 전략기획팀장은 “정부 광고뿐 아니라 민간 부문인 기업 광고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문사는 결국 지금보다 어려워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향신문 김종훈 전략기획팀장은 “세부적인 안은 따져봐야겠으나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정하다고 생각되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장철환 경영기획실장도 “검증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느냐, 얼마나 많은 신문사들이 참여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서완석 경영전략실장은 “우리는 이미 3년 전부터 신문발전위에 경영자료를 제출하면서 부수 관련 내용도 중앙일간지 중에서 유일하게 공개해왔다”면서도 “정부가 방침을 확정하기 전에 공청회 등 언론계의 중지를 모으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 같은 절차가 이뤄진다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경·조선 “정부 방침 일단 찬성”이에 반해 매일경제는 정부 방침을 환영하는 쪽에 일단 방점을 찍었다. 매경은 7일자 사설 ‘신문부수공개 더 과감히 하라’에서 “선진국에선 예외없이 시행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진작 정착됐어야 할 ABC제도가 이제야 제 궤도를 찾아가는 모습은 만시지탄”이라고 밝혔다.
매경은 “ABC제도 정착을 위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합리적 광고관행 정착 의지의 확고한 실천과 권력과 언론사의 관계를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 근거를 기준으로 한 집행”을 강조했다. 또한 “유료부수와 독자 프로파일의 공개까지 포함되는 게 마땅하다”며 “단순한 보급부수만으로 효과를 측정한다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매경은 지난 3월에도 기사를 통해 ABC제도의 확립을 강조한 바 있다. 신문계에서는 매경이 발행부수를 공개해도 광고 단가 산정에서 손해 볼 것이 없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조선일보 이혁주 CS본부장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일단 정부 방침에 찬성하며 어떤 방법으로 실시하느냐가 문제”라며 “발행부수 공개를 먼저 하고 회원사들의 참여가 활성화되면 유가부수를 공개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혁주 본부장은 “조선을 비롯해 대부분 신문사들이 발행부수를 줄이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며 “이 제도가 실시된다고 해도 부수를 부풀리는 신문사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수검증 기준을 현행 ‘정가 또는 80% 이상 수금’에서 ‘50% 이상 수금’으로 바꾸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비정가 독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