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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팀 '고군분투'

회사는 팀 축소 홀대, 시청자는 냉소
"공영방송 신뢰 지키자" 취재에 매진

장우성 기자  2009.04.29 14: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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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탐사보도팀의 한 기자는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 접속했다가 자괴감을 느꼈다. ‘KBS가 미쳤나 봅니다’란 이름의 게시물을 올린 한 네티즌은 “시사기획 쌈에서 민자 사업, 인천공항 그리고 맥쿼리 무지하게 깐다. ‘○○○ 딱가리 방송’치고는 좀 이상하다”고 비꼬았다. KBS 탐사보도팀이 지난 14일 쌈을 통해 ‘황금알 민자사업’을 해부하는 심층 보도를 낸 직후였다.

KBS 탐사보도팀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에서는 팀을 축소하는 등 홀대하고, 시청자들은 최근 KBS가 ‘친정부 방송’이 되고 있다며 곱지 못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다.

조직개편 뒤 쌈 팀과 통합됐으나 현재 실질적인 탐사보도팀원은 데스크를 빼고 모두 5명. 한때 인원이 15~16명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30%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새 사장이 온 뒤 ‘보복인사’ 논란 끝에 김용진 팀장을 비롯해 탐사보도에 잔뼈가 굵은 중견 기자들이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팀을 떠났다. 다른 방송사들이 부러워했던 탐사보도의 핵심 축인 전문 리서처 두 명도 인사 이동 명령을 받았다.

탐사팀의 한 기자는 “인원은 3분의 1로 줄었지만 전력은 10분의 1로 줄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괜찮은 아이템이 있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탐사팀원 3명이 석 달 동안 집중 취재해 방송을 성사시킨 것이 바로 ‘쌈’을 통해 방송된 2부작 ‘황금알 민자사업’이었다. 이 보도는 민자사업의 ‘큰손’인 맥쿼리인프라의 불법 의혹과 국내 민자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고발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시민단체들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보도였는데 아무런 반향이 없었다. “좋은 보도였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예전 탐사팀이 받았던 응원과 비교하면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지난 3월 이달곤 행자부 장관 검증 보도 역시 공들인 취재와 우여곡절 끝에 방송된 것에 비해서 시민사회는 무관심했다.

탐사팀의 한 기자는 “이번 맥쿼리 보도는 과거 우리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였던 ‘김앤장’ 해부 보도에 견줘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며 “KBS가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지적받아야 하겠지만 탐사팀이 도매금으로 비판을 받을 때는 안타깝다”고 말했다.

‘독수리 오형제’ 탐사팀원들은 인원이 축소된 뒤 장기 취재를 마치고도 쉴 틈이 없어졌다. 6월 방송을 목표로 새로운 아이템을 잡고 취재에 들어갔다. 물론 내용은 ‘비밀’이다. 이들은 “서글프고 울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도가 달라지면 KBS가 어떻게 신뢰받는 공영방송이 될 수 있겠는가”라며 “우리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KBS에 의미있는 저널리즘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출장 취재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