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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지자체에 방송 요청 '논란'

일부 지자체에 "정오 뉴스 방송" 공문

장우성 기자  2009.04.22 14: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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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정권 시대도 아닌데…관영화 논란 자초”

KBS가 지방자치단체에 KBS 라디오뉴스를 사내 방송해줄 것을 요청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본보가 입수한 KBS 광주방송총국장 명의의 공문에 따르면 KBS는 3일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등 광주전남지역 29개 지자체장에게 “KBS 1라디오의 ‘정오종합뉴스’를 점심 시간에 방송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KBS 라디오국이 각 지역총국을 통해 해당 지역 지자체 청사에 정오종합뉴스를 방송 요청하도록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KBS는 이 공문에서 “현재 정부청사와 대부분의 광역자치단체 청사에서는 점심 시간에 KBS 1라디오 ‘정오종합뉴스’를 자체 방송시설을 이용해 방송하고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청사에서도 국가기간방송인 KBS 1라디오 뉴스가 점심시간에 방송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광주시청의 경우 이 공문을 받은 뒤 실시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며 본보가 그 외 전국 주요 광역자치단체에 확인해본 결과 경기도청은 KBS의 요청을 받고 13일부터 점심시간에 KBS 라디오 뉴스를 방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청은 지난달 KBS의 요청을 받았으나 난색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외부업체와 1년 계약을 맺어 사내 방송을 맡기고 있어 KBS 뉴스 방송은 현재로서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 외 대전시, 대구시, 부산시, 경북도는 이전부터 정오에 KBS 뉴스를 방송하고 있다. 서울시와 충남도는 현재 점심시간에 자체 방송을 내보내고 있으나 아직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KBS뉴스를 방송하고 있는 한 지자체의 관계자는 “KBS가 국가기간방송이고 예전에 (방송)했던 사례도 있다”며 “다른 방송사 뉴스는 광고가 끼어드는 문제도 있어 KBS 뉴스를 방송해도 별 문제가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KBS는 KTV(한국정책방송)와 같은 국정홍보방송이 아니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지자체에 특정 언론사가 뉴스를 방송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지자체에 출입하고 있는 기자는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데 이 같은 발상은 시대착오적”이라며 “기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여론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대 한진만 교수(방송학)는 “신문도 지역 계도지를 없애자고 하는 판에 공영방송이 그런 요청을 했다니 황당한 일”이라며 “아무리 국가기간방송이라 해도 지방자치·자율화 시대에 특정 언론사의 보도를 방송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KBS가 ‘관영화’되고 있다는 오해를 스스로 부추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 강선규 홍보팀장은 “재해방송 주관사로서 긴급한 상황에 빨리 정보를 알려 주는 등 대국민 서비스를 확장하자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KBS가 이를 강요할 위치에 있지 않으며 결정은 각 지자체에 달려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