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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정방송·언론독립으로 사활 건 싸움해야

곽선미 기자  2009.04.08 14: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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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사태가 2일 사실상 매듭을 지었다. 지난해 7월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으로 시작돼 8개월을 끌어온 대장정. 투쟁의 역사가 전무한 YTN으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난관도 많았다. 21명에 대한 고소·고발, 6명의 해고를 비롯한 33명의 중징계, 재승인 압박, 인신 구속. 위기 때마다 그들을 뭉치게 한 건 다름 아닌, 애사심과 동료애였다.

지난해 6월 촛불 정국에서 YTN 구성원들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꼈다. 이명박 캠프에서 방송특보를 지낸 구본홍씨가 사장에 내정됐을 때, 촛불 시민들은 “YTN 불 꺼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현장 기자가 취재와 촬영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회사를 지켜야 한다는 애사심은 공정방송의 명분으로 치환됐다. 그리고 그들은 투쟁의 깃발을 올렸다.

애초부터 뿌리가 약했으니 여기까지가 한계였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리 볼 일만은 아니다. 그들이 전문 운동가나 투쟁가였다면 단기간에 더 극렬히 싸우고 더 나은 성과물을 냈을지 모르겠다. 하나 그들은 평범한 기자와 사원이었다. 순수한 동기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동력을 그토록 장기간 이끌어내기 힘들었을 터다. 결정적인 순간, 후퇴를 선언한 것도 한 사람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는 동료애가 발로였다. 애사심으로 출발한 싸움을 동료애로 끝낸 것, 그들이 스스로를 ‘백기투항’이라고 규정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초라한 성적표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YTN 노조의 싸움은 기실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등을 돌렸던 시청자와 국민들은 되돌아와 그들의 손을 맞잡아 주었고 2백59일 동안 투쟁의 길을 함께 걸었다. 많은 언론인들은 함께하지 못함에 미안해하며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것은 이념을 넘어선 무한대의 지지였다. 다른 언론사들의 투쟁 역사와 비교해 봐도 특별한 관심과 호응이었다. 모 증권사 분석대로 YTN의 브랜드 가치는 상승했고 ‘국민의 방송’이라는 다소 거창한 칭호까지 얻었다. 그들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주도면밀한 과정을 거쳐 이번 합의가 이뤄졌어야 했다. 돌연 우리들만의 싸움을 선언하며 내부로 침잠했을 때 이들이 겪었을 머쓱함을 예상했다면 말이다.

그들은 더 철저한 감시자가 되어 YTN을 지켜보려 할 것이다. 해고자 복직 과정에서 정해진 각본대로 타협을 하는 게 아닌지, 공정방송 제도 강화의 실효성은 얼마나 있을지 꼼꼼히 따져볼 것이다. 되풀이될 낙하산 사장과 민영화는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예전보다 훨씬 혹독한 자기 감시 속에 기자라는 옷을 입어야 한다. 이제는 애사심이 투영된 공정방송에의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공정방송과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신념으로 사활을 건 싸움을 감당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투쟁이 끝났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 합리화에 빠져 낭만적 역사를 쓰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냉정하게 현실을 평가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성과는 먼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가 오늘을 ‘승리’라고 기록한다면 거기에는 노조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먼 미래로 갈 것도 없이 이미 역사의 냉혹한 평가를 받은 구 사장과 측근들의 ‘도발’에 너무 많은 시간 낭비를 하지 말길 바란다. YTN은 이미 그대들의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