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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씨 낙하산 규정 변함없다"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기자회견

곽선미 기자  2009.04.03 23: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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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구본홍씨를 여전히 ‘낙하산’으로 규정한다”며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변함없이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 위원장은 3일 오후 2시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17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YTN 노조는 여전히 구본홍씨를 낙하산으로 규정하며 언론사 사장으로 있는 것이 부당하다고 여긴다”면서 “구씨가 경영 행위를 하는 것은 현실이나,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투쟁 변화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며 “지난해 12월8일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가처분 결정으로 투쟁 양상이 달라진 부분이 있다. 가처분 이후 넉 달 가까이 진행해온 아침 집회는 실효성을 다했다”면서 “집행부에서 내밀한 논의를 거쳐 현 상황에 맞는 투쟁 방식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구속 사태가 정권 차원의 언론장악 시나리오라고 보는 일부 견해에 대해 노 위원장은 “그런 의견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조가 백기 투항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러한 규정과 비판, 판단이 가능하다.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겠다. 다만 YTN 노조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투쟁해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풀려난 소감은.


일찍 나와서 쑥스럽다. 구속돼있는 동안 노조에 큰 짐이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구속·체포되는 과정에서 ‘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의 도구가 얼마나 부당한지 생생하게 체험했다. 이런 것을 고발하고 바로잡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4명(노종면, 임장혁, 조승호, 현덕수)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이유인 ‘출석요구 불응’은 (경찰의) 허위사실 적시다. 이는 현행법에 저촉된다. 그 때문에 심리적 위축, 고통이 적지 않았다.

-노 위원장의 구속을 정권의 ‘언론장악 시나리오’로 보는 일부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런 견해에 동의한다.

-합의서를 평가한다면.

합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봤다. 그러나 이번 합의서에는 합의는 있으되, 합의정신은 없다. 조합원들의 동료애는 짙게 배어 있으나, 구성원의 체포, 구속, 구금 등의 기회를 악용해 어떻게 해서든 노조를 굴복시키겠다는 사측의 졸렬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노사 상생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는 어디에도 없다.

대표적 항목이 합의서 3항이다. 회사에서 노조 지정 게시판 이외의 장소에 게시된 모든 현수막, 인쇄물, 구호지 등을 철거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벽보 몇 장을 떼어내라고 조항까지 집어넣다니 납득하기 힘드실 거다. 사측의 무리한 요구를 합의서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었으나 오히려 잘 됐다. 이는 경영진이 얼마나 졸렬한 방법으로 노조를 굴복시켰는지, 또 어떻게 이를 합의서에 반영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회사는 ‘벽보 몇 장 떼어내고 위원장을 풀어준 셈’이다.

노조는 현실적인 실리를 취했고 회사는 떼도 그만이고 안 떼도 그만인 벽보를 중하게 여겼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

구속 상태에서 석방이 됐고 21명에 대한 부당한 고소가 취하됐다. 이는 분명 변화된 상황이다. 실질적인 성과는 YTN이 공정방송을 지키는지 여부다. 평가는 평가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노조가 투항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그런 규정, 비판, 판단을 할 수 있다. 그것은 판단하시는 쪽에 맡겨두겠다. YTN 노조는 결코 백기를 든 게 아니다.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투쟁을 이어가겠다.

-합의서에 해고자 복직 문제는 빠져있는데.

이번에는 해결하지 못했다. 무조건적인 일괄 복직을 주장해왔다. 지난해 징계 조치는 부당하며 낙오자 없이 전원 복직돼야 한다.

합의문 7항('2008년 10월에 발생한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에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은 우리가 제기한 소송(징계 무효 소송)의 결과에 따른다는 것으로 당연하다. 이 문구가 들어간 것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법원 결정에 대한 사후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된다. 소송에서 단 한명이라도 해고 무효 판결이 나오면 해고의 부당성이 증명되는 것이다. 해고 결정에 개입돼 있는 모든 이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가 녹아 있는 것이다.

단 한명도 열외 없이 즉각적인 일괄 복직이 이뤄지는 것 외엔 어떠한 타협도 없다.

해고 무효 소송이 진행되면 법원의 조정 노력이 있을 수 있다. 지난해 말 법원의 조정 과정에서 사측이 ‘5명 우선 복직안(해고자 6명)’을 제안했으나 우리는 거부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원 복직이 아닌 어떤 제안도, 조정도 거부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두겠다. 이는 해고자 전원의 일치된 생각이다.

위원장으로서 나머지 사람들을 먼저 복직시킨 뒤 ‘단계적 복직’을 하는 것이 현실적이 아닌가 수없이 고민했다. 제가 개입된 문제라 하더라도 노조 대표로서 선별 혹은 단계적 복직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노조의 싸움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었다. 구 사장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YTN 노조는 여전히 구본홍씨를 낙하산으로 규정한다. 구씨가 언론사의 사장으로 있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노조는 반대의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지난해 12월8일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현실적으로 구씨의 사장 지위를 인정해주고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는 매일 오전 집회를 하며 ‘구본홍은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구씨는 사장실에 들어갔다. 그것을 두 눈 뜨고 바라 봐야 하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어쨌든 구씨는 경영 행위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이것이 현실이지만 노조는 인정할 수 없다. 앞으로도 구본홍씨를 반대할 것이고 ‘낙하산’이라는 규정도 바뀔 수 없다.

그제 합의서로 구씨의 지위가 강화된 것은 아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상황은 유지될 것이며 구씨와 경영진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노조의 견제와 지적도 당연히 지속될 수밖에 없다.

-노조의 ‘공정방송 사수 낙하산 반대 투쟁’은 실질적으로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들이 대다수다.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지만 힘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 입장을 밝혀왔을 뿐이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 이후 노조 투쟁의 한계를 여러분도, 국민들도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그러나 노조는 낙하산 반대 입장을 바꾸지 않고, ‘공정방송 사수 투쟁’의 카운트도 유지할 것이다.

-2백59일 투쟁의 성과는 무엇인가.

노조원이기 이전에 언론인으로서 우리들은 ‘공정방송을 이행하겠다’고 스스로에게나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그 약속 앞에 떳떳한 언론인으로 남고자 할 것이다. 이는 이번 투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선배 기자들에게도 같은 무게로 지워질 것이다.

-물밑 협상의 과정과 내용은.

체포되기 직전에 협상을 통해서 해고자 복직 문제를 풀려고 했다. 저의 지시에 따라 협상단이 활동을 시작했다. 만약 전원 복직이 이번 합의서에 담겼더라면 설사 ‘백기투항’, ‘굴복’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YTN 투쟁은 일단락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고 문제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제 노조는 해고자 복직 문제로 (회사와) 더 이상 협상할 생각이 없다.

-산별 조직인데 언론노조도 물밑 협상을 몰랐다고 했다.

그것은 제 불찰이다. 제가 지침을 내리면서 상급 단체인 언론노조와 논의하는 문제를 세세하게 챙기지 못했다. 그런 부분은 나중에 양해가 됐다. 그 양해 이전에 동지이기 때문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빚어진 착오가 문제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재단 구성 등 협상 추진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말해 달라.

체포와 파업이 맞물려서 일이 터지는 바람에 외부에서 볼 때 (중재단 구성이) 굉장히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가장 우려하고 걱정했던 부분은 해고자 복직 문제였다. 중재단은 체포 이전에 틀을 짜놓았다. 체포가 되는 바람에 일사불란하게 추진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만약 협상이 타결된다면 당연히 구속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올 수 있겠다는 예상은 했다. 그러나 구속을 면하기 위해서 협상을 하거나 그런 건 결코 아니다.

-회사에서 사장과 임직원에 대해 ‘적대적’ 행위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운신의 폭이 좁지 않나.

‘적대행위’라는 표현이 모호하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변호인단과 상의해보겠다. 앞서 ‘노조가 구본홍씨에 대해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반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는데 이는 ‘적대행위’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따라 언론인으로서 판단을 자유롭게 말한 것이다. 노조 대표로서도 공식 입장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 합의는 합의인 만큼, 사측이 ‘이것은 적대행위다’고 지적하면 하지 않겠다.

-투쟁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지난해 12월8일 이전과 이후의 투쟁은 달랐다. 분명히 이후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합의와 무관하게 달라질 때도 됐다.

새벽마다 모여 아침 집회를 여는 것, 그런 방법이 유효한지 여부를 떠나 굉장히 힘들고 지치는 투쟁방식이다. 지속해야할지를 지도부 내부에서 심각히 고민해왔다. 어차피 변화의 시기를 맞은 것이다.

YTN 노조의 투쟁은 항상 현명하고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피켓팅과 구호를 외치면서도 구씨가 사장실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허탈한지 모른다. 12월8일 이후 넉 달 가까이 진행해온 집회 투쟁은 실효를 다했다. 내밀한 논의를 거쳐 새로운 투쟁 방식을 마련하겠다.

-노조가 게시물을 떼어냈으니 사측도 노조를 감시할 CCTV를 철거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나.

당연하다. CCTV로 노조를 감시하는 행동에 대한 중단을 요구할 것이고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여부도 검토할 것이다. 투쟁을 떠나 인권과 관련된 문제다.

이외에도 방송시설을 위해 고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실질적으로 구본홍씨 경호 임무, 노조 감시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용역직원의 즉각 퇴거를 요구할 것이다. 일련의 조합원 감시활동의 중단을 요구하고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

-파업의 원래 목적은 임·단협 결렬이었는데.

노사 임금교섭의 주요 쟁점은 △임금 △수당 △방만 경영 시정이었다. 합의서 6항에는 ‘임금 동결’이 적혀 있는데 이는 경제 상황 등 여론 악화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한다. 아직 노사 임금교섭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임금을 제외한 다른 쟁점, 방만 경영 시정과 수당은 사측과 교섭을 벌여 반드시 관철시키겠다.

-파업의 성과는 무엇인가.

임금동결이 언급돼 있으나 추후 협의한다고 나와있다. 교섭이 끝나봐야 성과를 판가름할 수 있을 것 같다. 애초부터 우리의 파업은 돈을 더 받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경제 위기라는 상황으로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어, 전술상 일부 후퇴를 선언한 것이다.

이를 전제로 방만 경영을 개선하는 등 회사의 경영 구조를 건실하게 만든다면 승리했다고 말할 수 있다. 파업은 언제든지 다시 들어갈 수 있다.

-회사에서는 위원장이 법적으로 해고자 신분이기 때문에 대화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저는 언론노조 지부장이기 때문에 해고가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노조위원장이다. 임금 교섭이 시작될 때 교섭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저의 대표자격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당시에는 교섭을 서둘러 진행해야 했기에 전술적 차원에서 교섭 대표에서 빠졌다. 하지만 위원장으로서 교섭의 전반적인 과정을 총괄하는 것은 회사 쪽도 알고 있다. 해고됐기 때문에 위원장이 아니라고 한다면 무지에서 비롯된 판단이다.

-노조 통장이 가압류 당했다고 들었는데.

법 집행이 부당하다고 판단하지만 돈을 내라면 내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노조 활동에 위축을 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 부분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 투쟁을 접을래야 접을 수 없다.

-공정방송 제도 강화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가.

공정방송을 담보할 제도를 마련하는 문제는 노사 공히 거부해본 적이 없는 명분이다. 사측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공정방송 제도 강화에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제도의 운용까지 중단시키려 했다. 기존 단체 협약에서도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가 명시돼있으나 단 한 번도 사측은 노조의 공방위 가동 요구를 수용한 적이 없다. 단체협약을 수 차례 정면으로 위반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하는 장치가 필요있다. 어떤 누가 경영진이 돼도 보도에 간섭할 수 없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 합의에서 노조의 특별기구인 공정방송점검단이 해체됐다. 이는 노사가 실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시작한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회피하면 합의를 위반한 것이기에 항의를 하겠다. 노조 안에도 ‘공정방송추진위원회’라는 상설 기구가 있다. 공추위가 일시적으로 다른 임무를 해왔으나 본격적으로 공정방송 문제를 대응하는 쪽으로 활용하겠다.

-이번 기회에 사추위 등을 제도적으로 보완하지 않는다면 힘겨운 싸움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

외압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가진 대안은 없다. 어떤 제도라도 악용될 소지는 있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견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