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부로 총파업을 종료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시작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함께 해준 조합원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새로운 시작, 끝까지 함께 갑시다.”

▲ YTN 노조가 2일 파업을 종료하고 2백59일 동안 벌인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마무리했다. 박진수 조합원이 2일 오전 열린 파업 정리집회에서 2백59일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어보이고 있다.
2일 오전 10시47분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1층, YTN 노조 김용수 비상대책위원장이 파업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장장 2백59일에 달하는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투쟁’에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조합원들은 허망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이도, 눈을 감은 이도, 눈물을 흘리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후회의 기색은 없었다. 노종면 위원장 구속이라는 엄중한 현실 앞에 깃발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지만 ‘명분을 살리자고 동료를 희생시킬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오전 10시, 유투브에 올린 동영상을 바라보며 그들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날을 떠올렸다. 지난해 7월14일과 17일 ‘날치기’ 주주총회, 눈비 속 출근 저지 집회, 10월 있었던 6명 해고와 6명 정직, 33명에 대한 무자비한 징계, 봇물처럼 터진 각계각층의 지지선언, 재승인 파고, 21명에 대한 고소·고발 그리고 체포와 구속….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들의 투쟁이었기에 아쉬움은 컸다. 누군가는 ‘상식 대 몰상식’의 싸움이라 했고, 다른 누군가는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이라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YTN이 순수성을 회복해 가는 성장통’이라고도 했다. 무엇이어도 좋았다. 출발은 다를지언정,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같다고 여겼다. 바로 ‘공정방송에의 열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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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개월이 넘은 YTN 사태는 1일 오후 노사 합의서를 도출하면서 끝난 셈이 됐다. 합의서에 서명한 김용수 노조 비대위원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투쟁'을 외쳤다. | ||
‘하나 되어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들은 가슴 뛰고 설레였다. 투쟁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거웠다. 일선 기자로 살았다면 평생 경험하지 못했을 값진 경험들을 쌓았다. 투쟁에 동참하는 동료들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강력한 ‘연대’와 ‘저항’으로 이 싸움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겠다는 다짐은 굳건해졌다.
그러나 ‘정권’이라는 철벽에 맞서 싸우는 과정은 외롭고 힘겨웠다.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던 그들이기에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오늘은 더욱 더 비참했다. 냉혹한 현실 앞에 백기를 든 것만 같아 수많은 시민들과 언론인들의 얼굴을 바로 보기 힘들다고 조합원들은 털어놨다. 그들은 노종면 위원장의 구속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경으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고 또 해명했다.
조합원들은 해직자 복직문제는 여전히 남겨둔 채, 미완으로 투쟁을 접는 데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금치 못했다. 때문에 투쟁은 접었으되, 더 큰 싸움이 있다고 했다. 투쟁 기간 동안 반목과 갈등으로 상처난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일도 난제로 남아 있다.
박진수 조합원은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여러분이 남았습니다. 함께 해서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종면 노조위원장이 ‘이겨도 승리를 선포하지 않겠다. 져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간직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조승호 조합원은 “이 싸움이 이대로 끝난다고 생각지 않는다. 앞으로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다. 공정방송 쟁취 투쟁은 결코 끝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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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역사속으로.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15층 노조사무실 문에 '공정방송 사수 구본홍 저지 투쟁 2백59일째' '노종면을 석방하라' 플래카드가 붙어있다. 노사 합의에 따라 회사에 '적대적인' 표현이 적힌 게시물들은 일괄 제거된다. | ||
“공정방송을 지키는지 지켜봐주십시오. 우리들도 공정방송을 사수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더욱 힘겨운 투쟁을 벌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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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거될 게시물들. 시민들이 YTN 노조에 보내온 편지글들이 붙어있는 대자보가 눈에 들어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