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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없는 동안 더 열심히 할게요"

사랑스런 쌍둥이 목소리에 '위안'…YTN 현덕수 전 위원장 인터뷰

곽선미 기자  2009.04.01 0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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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밤늦게 남대문경찰서에서 풀려난 YTN 현덕수 전 위원장의 얼굴은 파리했다. 안도와 걱정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조합원들의 박수와 환호가 귓가에 쟁쟁거렸지만 두고 나온 동료, 위원장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다. 울컥하는 마음을 다잡느라, 습기가 맺힌 눈으로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현 기자는 속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위원장은 석방시켜야 한다’는 말을 되뇌고 또 되뇌었다.


“걱정은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우였다는 걸 곧 깨달았습니다.” 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조의 핵심 지도부 4명이 체포된 것은 ‘충격’이었다. 8개월 넘게 투쟁을 해온 동력이었을까. 노조는 하루 만에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조직을 추슬렀다. 조합원 스스로 만든 한층 강력해진 조직체들. 현 기자는 개별 조합원의 결의가 유치장에 갇혀 예측했던 것과 달리, ‘엄청난 에너지’여서 놀랐다고 말했다.


조사는 이틀 동안 두 번에 걸쳐 이뤄졌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위반한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경찰은 지난 1월 보도국장 선거 직후 벌어진 소위 사장실 점거농성을 집중 질의하며 “(노조가) 이렇게 하면 위협으로 느끼지 않았겠나, 업무방해라고 생각지 않았겠나”라고 물었다. 그는 사전 모의를 통한 ‘꿰맞추기식’ 조사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해 YTN 앞에서 열린 문화제에서 촛불을 들고 아빠를 응원했던 쌍둥이들이 생각나 조사 도중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없는 동안 더 열심히 할게요.” 새처럼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작은 위안을 얻었다.


구속 여부는 시간이 흐를수록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현 기자는 자신과 노 위원장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48시간이 되기 직전 임장혁 기자만 철문 밖으로 나가자,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상식적이지 않은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고뇌는 깊어졌다.


손에 채워진 수갑. 법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살면서 사소한 벌금도 한번 낸 적이 없는데...’라는 토로는 이내 “정당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당위로 전환됐다. ‘기자’라는 직업인으로 가져야 할 지극히 상식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만 되새겼다.


영장실질 심사는 녹록지 않았다. 각자 주어진 30분간 구속의 부당성을 알려야 했다. 심적 부담이 가슴을 죄었다. 침이 마르고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남대문서로 돌아와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담담하자고 다짐했지만 초조함은 더해갔다. 24일 오후 10시30분, 그는 조승호 기자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언젠가 노 위원장도 자유의 몸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먼저 나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컸습니다.” 그는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위원장과 작별인사도 제대로 나눌 수 없었다고 했다.


현 기자는 ‘YTN 노조의 투쟁’은 기존 노조들의 매뉴얼대로 움직인 게 아니라 공정방송 사수라는 명분 아래 뭉친 ‘동료애’가 컸다며 “노 위원장의 구속은 사태에 불을 지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기이자, 인생 선배이자, 위원장인 노종면 기자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위원장, 시시각각 변해오는 상념과 투쟁에 대한 상반된 논리구성으로 고초를 겪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위원장과 그로 인해 고통 받을 가족까지 조합원들이 나누어 책임진다는 심정으로 올곧게 투쟁해 반드시 당신을 석방시키겠습니다. 그 때까지 힘내십시오.”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