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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차관 '돌발영상 없어져야' 발언"

YTN 임장혁 기자, RSF 담당자 면담에서 주장

곽선미 기자  2009.03.26 22:4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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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5시 국경없는기자회(RSF) 파리본부 아시아 담당 뱅상 브러셀(Vincent Brossel)씨가 YTN 사옥을 방문해 조승호 기자(가운데), 현덕수 전 위원장(맨 왼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26일 체포됐다가 풀려난 YTN 현덕수, 조승호, 임장혁 기자 3명을 면담하고 경찰의 조사 과정에 인권 침해와 언론 탄압 사례가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특히 임장혁 기자(돌발영상 팀장)는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제2차관이 지난해 말 YTN 편성권자에게도 전달되는 루트를 통해 "돌발영상은 없어져야 한다"는 발언을 했으며 그 직후 해·정직 사태가 벌어졌다고 폭로했다.

임 기자는 26일 오후 5시 서울 남대문로 YTN 사옥 15층 노조 비대위 상황실에서 지난 23일 방한한 RSF 파리본부 뱅상 브러셀(Vincent Brossel) 아시아 담당과 면담을 갖고 "정부가 지난해 감행된 해고·정직 징계를 주도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임 기자는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문체부 신재민 제2차관이 지난해 YTN의 편성결정권자에게도 전달되는 루트를 통해서 '돌발영상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최근 발언 날짜와 배경을 파악했다"면서 "비슷한 시기에 노종면 위원장 등 12명의 해고와 정직 조치가 실제 이뤄졌음을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신 차관이 출입기자간담회 등을 통해서 YTN 사태를 자주 언급했던 것과 관련, 현덕수 전 위원장은 "YTN 노조 투쟁이 격화되면 재허가되기 힘들다고 하는 등 정부 대변인으로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을 수시로 했다. 방송 허가권을 가지고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또한 뱅상 담당은 이들에게 "경찰 조사 과정에 '파업'과 관련한 내용이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임 기자는 "경찰은 노조의 파업 지침이 몇 호까지 나왔으며 향후 투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자세히 알려고 했다"면서 "질문 중에는 '경제가 어려운데 파업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냐'는 등 '개인의 양심'에 해당되는 것도 있었다"고 답했다.

임 기자는 경찰의 질문이 노조의 총파업을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합법 파업'이 아닌, '불법 파업'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부당 노동행위'라고 간주, 대부분 답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뱅상 담당은 노종면 위원장의 경찰 조사 과정도 질문했다.

현 전 위원장은 "(경찰은) 노조의 농성 기간 중 뜻하지 않게 벌어진 일들을 모두 위원장의 책임으로 떠넘기려 했다"며 "심지어 언론사에서 허용할 수 있는 상하 간의 의견 충돌까지도 업무방해라고 확대 해석해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노조원 개별 행위를 모두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법원에서 밝힌 노 위원장의 구속 사유가 납득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노 위원장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25일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과 조 기자는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고 가담 정도가 낮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현 전 위원장은 노 위원장이 △2백50여일간 노조의 투쟁을 이끌어온 점 △신문·방송에 수시로 노출됐다는 점 △파업을 직접 이끌어야 하는 위원장이라는 점 △YTN의 주요 앵커 출신으로 시청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증거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이번 분쟁 이후 회사 후문, 1층 로비, 17층 사장실 등 거의 모든 곳에 CCTV가 설치돼 노조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며 "심지어 그 자료들은 회사 측의 업무방해 입증자료로 사용됐는데 증거인멸을 어찌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RSF 뱅상 브러셀 아시아 담당은 5일 전 자택에서 체포됐다가 최근 풀려난 조승호 기자, 현덕수 전 위원장, 임장혁 기자를 만나 경찰의 조사, 체포 과정 등을 폭넓게 질문했다. 사진은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YTN 왕선택 기자가 뱅상 씨의 방문 배경을 설명하는 모습.  

조승호 기자는 체포 과정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그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하며 법치국가에서는 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기 전 구금되지 않는 것이 원칙인데도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기자는 "당사자가 도망갈 우려가 있으면 구금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은 있다"면서 "우리는 한번에 5시간 이상씩 모두 3차례의 조사를 성실히 이행했고 경찰조사에 불응한 적도 없다. 조사를 거부하고 도망갈 이유도 없었다. 따라서 우리의 체포는 법적으로 부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근거로 조 기자는 경찰이 지난 17일 오후2시까지 경찰서에 나오라는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나 하루가 지난 18일 오전10시에 도착한 사실을 내세웠다. 그는 "경찰은 (문서 발송이) 형식적 절차일 뿐, 구두 합의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조사 불응'이라는 표면적 이유는 거짓"이라고 비난했다.

이들과 2시간 가까이 면담을 진행한 뱅상은 "민주화된 국가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 정도로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한국의 언론 상황과 관련해 3주 이내로 '특별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뱅상 아시아 담당의 설명에 따르면 RSF가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특별 보고서를 내는 것은 15년만이다. 주로 독재정부의 언론탄압과 관련해 보고서를 낸 RSF는 지난해엔 이탈리아와 태국의 언론 상황을 정리해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국제사면위원회(국제엠네스티) 등 국제사회가 모두 한국의 언론 상황에 대해서 일제히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유례가 없던 일"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가 한국의 언론 자유가 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뱅상 씨는 프랑스 등에도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구속 보다는 해직이 심각한 문제로,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강하게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권의 특보 출신들이 언론계에 약 70%에 해당하는 요직에 내려앉은 것과 관련해서는 "경제, 정치, 언론의 커넥션은 정확히 구분하기 힘들지만 그들 사이의 독립적 관계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뱅상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언론에) 개입할 의도를 가지신 분"으로 표현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뱅상 브러셀 담당은 이날 오후 4시 사측과도 만남을 가지려 했으나 무산됐다. 사측은 25일 밝힌 공지 내용을 전달하는 것으로 면담을 대신했다. 뱅상 담당은 27일 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들과도 면담을 가질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YTN 기자 구속, MBC PD 긴급 체포, 미네르바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