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땜질식 소모품이 아닙니다.” OBS 기자들이 깊은 한숨을 토하고 있다. 개국 1년이 지났지만 업무 여건은 나아진 게 없다. ‘수도권 제2의 민영방송사’라는 비전을 믿고 온 동료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남은 사람은 40여 명 남짓. 운전사를 비롯해 비정규직 사원들도 지난해 말 구조조정 여파로 회사를 20~30명 가량이 그만뒀다. 날이 갈수록 업무 강도만 세질 뿐, OBS의 미래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탄식이 길어지는 이유다.
최근 들어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관두겠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경제 한파로 움직이기 쉽지 않으나 1~3년 차 미혼 기자들은 더 늦기 전에 회사를 떠나려는 것. A기자는 “개국 초기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들은 많이 줄어들었다”며 “기회가 된다면 옮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B기자도 “회사가 처음 내걸었던 비전과 많은 차이를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영진에게 정책은 찾아볼 수 없고 간부들도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꼬집었다.
보도국의 땜질식 운영도 문제다. 다른 방송사라면 6명이 나눠서 맡아야 할 부처를 한 기자가 출입하거나 다른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녹음만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종은 고사하고 그날 발생한 사건만 모두 처리해도 다행이다. C기자는 “우리가 기사를 때우는 소모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출입처에서 받는 처우도 고민의 한 축을 이룬다. 연조가 낮은 기자들이 주요 부처를 맡고 있다 보니 다른 회사 선배들의 기에 눌리는 경우가 많다. OBS 관련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 “너네 회사가 그렇다면서?”라고 말해도 응대가 쉽지 않다. 최근 차용규 사장 논란이 빚어지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 심해졌다. D기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던 기자들의 처우 개선 문제도 차 사장 논란으로 올스톱 되었다”며 “노조활동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회사에 애정이 식은 탓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말 언론노조의 총파업 사태에서 OBS가 왜 나서지 않느냐는 목소리들이 다른 회사 기자들로부터 나올 때 OBS 기자들은 ‘50여 명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어 힘들다는 말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A,B,C 출입처를 모두 맡고 있는데도 B 관련 리포트를 하고 나면 A에서 ‘출입처가 바뀌었느냐’는 말을 해 난감했던 적도 많다.
기자들은 OBS 문제를 해소하려면 결국 경영진이 투자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능력 있는 팀장급 선배들을 대거 영입하고 다양한 연차의 기자들을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는다면 이탈현상은 더 극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기자는 “방송은 사람이 생산품을 낸다. 투자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제2의 SBS는 꿈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