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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노조 찬반투표 철회 파장은?

노조 장기투쟁 시동…사측 강경 대응 예고

곽선미 기자  2009.03.18 14: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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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사태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노조의 ‘차용규 퇴진 투쟁 찬반투표’가 무산되면서 사태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대의원대회 구성 등을 논의하며 장기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고소 방침을 거두었으나 여전히 강경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한발 물러선 상태지만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는 양상이다.

찬반투표 왜 철회했나
사실상 차용규 사장의 신임투표로 불리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차용규 퇴진 투쟁 찬반투표’는 실시 당일인 지난 12일 돌연 철회됐다. 배경에는 조합원들의 거센 반대가 큰 몫을 차지했다. 조합원들은 전날 열린 ‘토론회’에서 찬반투표의 무용론을 쏟아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동력 결집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는 동의하지만 집행부가 너무 성급하게 일을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한 조합원은 “집행부는 사태의 큰 흐름을 좌우할 총투표를 실시하면서도 조합원의 총의를 묻는 절차를 생략했다”며 “동력이 미미했기 때문에 급하게 일을 추진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질적으로 지난달 중순 치러진 노조위원장 선거가 ‘차용규 퇴진 투쟁’의 의미를 띠었던 만큼, 별도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5일 열린 ‘OBS 사장 선임 과정 및 자질 검증토론회’에서 여직원 성추행, 부하직원 32억원 횡령사건 연루 가능성 등이 공개되며 차 사장에게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던 시점이라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노조 상당한 타격
찬반투표 국면을 넘으며 노조는 일단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노중일 노조위원장은 10일 찬반투표에 나서는 이유를 밝힌 장문의 글에서 3월 초 백성학 이사회 의장과 주주들을 만나 차 사장의 부적합성을 전했으며 차용규 사장도 별도로 만났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일부 조합원들은 직간접 대화를 할 수 있는 ‘비선라인’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일 취임한 신임 위원장이 직접 이들을 만났다는 것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노중일 위원장은 12일 “그들(대주주와 이사들)과의 접촉 창구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 우려들을 일축했다.

장기전 돌입 불가피
노조 집행부의 실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은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커지고 있다. 높은 업무 강도 등 사정상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는 어려운 구조이나 투쟁을 철회할 수는 없다는 것이 조합원 대다수의 의견이다. 자칫 OBS 노조의 정체성이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장기전에 돌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백 의장이나 주주들이 “차 사장 문제를 재고하려고 해도 시기적으로 현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에 무게를 둔 해석이다. 노조 집행부도 조합원들의 의지를 확인한 만큼, 대의원대회 구성 등 내부 정비를 거쳐 장기 투쟁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이다. 당분간 노사 간 대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다채로운 기획으로 투쟁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외부를 통해 경영진에게 서서히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노 위원장은 “질긴 싸움으로 전환되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